박정훈 GS샵 쇼핑호스트
국내서 쿠쿠밥솥·사과 가장 많이 팔아치워
탈모방지 샴푸 2년 안 돼 540억원 매출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그의 망가짐에는 거침이 없다. 물건의 장점을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만 있다면 대머리가 되는것도 피하지 않는다. 개그맨 분장을 하거나 돼지를 껴안고 생방송을 하는 것 역시 익숙하다. GS샵의 13년차 베테랑 쇼핑호스트 박정훈씨 얘기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쿠쿠' 밥솥과 '사과'를 가장 많이 팔아치운 남자다.
"2014년 8월13일. 지금도 정확하게 기억하죠. 머리숱의 중요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다가 잘 알려진 미남 배우의 얼굴에 대머리 합성을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초상권 문제 때문에 불발되자, 제 얼굴에 합성을 했습니다. 저의 두 얼굴이 강하게 어필됐는지 사진과 함께 방송된 탈모방지 샴푸는 론칭 2년도 안돼 540억원 어치를 팔았습니다. 주변에서 종종 540억원짜리 사진을 찍었다고 얘기하죠."
유명 쇼핑호스트들의 인기와 파급력이 연예인급이 된지 오래다. 상당수의 쇼핑호스트들이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정도의 합성사진이나 상황은 피한다. 그러나 박정훈 쇼핑호스트는 다르다.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축구를 하다가 다리를 다치거나 쇄골뼈가 부러졌을 때도 방송을 쉬지 않았다. 아프거나 불편한 것 보다 참을 수 없는게 '쉬는 것'이라는 그다.
"지역 방송국의 아나운서로 입사했어요. 3년여를 근무했지만, 이상과 현실이 달라 그만뒀죠. 도서관을 다니며 공부를 하면서 1년9개월이라는 소위 '백수' 기간을 보냈습니다. 서른 셋의 늦은 나이에 신입으로 입사한 곳이 바로 GS샵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던 시기를, 쇼핑호스트로 출발하면서 끝낸 셈이죠. 그래서 전 두려울 게 없어요. 제품을 재미있고, 잘 소개하는게 1순위 입니다."
그는 개, 너구리, 돼지와도 방송한다. 페이스북에 노출되는 이벤트 생방송에서 그와 함께하는 '파트너' 들이다. 예측불허의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어 대개 꺼리는 방송이다. 50여명 정도인 회사 쇼핑호스트들 가운데 소수(8명)인 남자직원으로서 굳은 일을 도맡아야 한다는 책임감같은것도 있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TV홈쇼핑 위기론'에 대해서는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과감히 변화하고 고정관념을 깨야 시장이 열린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따고, 인문학 강의도 듣는다. '유아동 도서만 성공한다'는 업계의 경험칙도 깼다. 그는 심야 시간에 세계문학전집이나 조선왕조실록 등 성인 대상의 도서를 성공적으로 론칭시켰다. 재능기부 형식으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한 사운드북을 녹음하고, 중고등학교 직업교육에 나선다.
"홈쇼핑의 꽃은 '쇼핑호스트' 라고들 하는데, 실은 상품이 주인공입니다. 제가 반짝이 옷을 입고, 대머리가 되고, 동물들과 방송하는 이유는 다 여기에 있습니다. 고객들에게 흥미를 주고,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구매로 이끌 수 있다면 더 망가지는 것도 환영이죠."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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