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상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 콘텐츠팀 과장
대박난 '월리' 역시 여행길 캐스팅…해외 곳곳서 '현장섭외' 차별화된 문화이벤트 기획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여름 휴가를 떠날 때에도 명함을 한 움큼 챙긴다. 해외 클럽의 뜨거운 현장에서는 매니저부터 찾고, 신혼여행 때에는 미술관만 다녀서 와이프와 다퉜다. 차별화 된 '아트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는 현대백화점의 이재상 영업전략실 콘텐츠팀 과장 얘기다.
2008년 입사해 무역센터점 판매기획팀에서 근무하던 그는 현장의 크고 작은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작게는 풍선 이벤트부터 문화공연 같은 기획도 그 때 맛을 봤다. 당시의 목표는 단순했다. '집객'이다. 2년여가 지나 2011년 본사 영업전략실로 자리를 옮긴 그는 현장에서의 경험을 자산으로 현대백화점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기획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단순 집객이 아닌 큰 틀의 문화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그의 과제다. 최근엔 '프리다 칼로ㆍ디에고 리베라' 전시를 맡아 진행 중이다.
"대부분의 대형 쇼핑몰 문화공연은 초대권 행사로 인식되고 있지만, 저희는 달라요. 수익사업까지는 아니지만 60~70% 정도는 유료 고객일 정도로 수요가 많은 고품격 문화이벤트를 기획합니다. 현장에서 화장실을 안내하더라도, 현대백화점 본사 직원들이 직접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작은것이라도, 고객에 대한 우리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보여주자는 취지죠."
일보다는 노는 데 치중할 것 같은 인상의 이 과장이지만, 그는 사실 소문난 워커홀릭이다. 여름 휴가 기간 해외 곳곳을 여행하면서도 머릿속엔 섭외 생각이 가득하다. 우연히 들린 해외 유명 클럽에서 디제이가 괜찮은 무대를 선보이면, 매니저를 직접 만나 현장에서 섭외를 진행한다. 2013년 '티에스토 클럽 라이프' 공연도 그렇게 성사됐다.
최근 현대백화점과 계열 아울렛을 점령한 붉은 줄무늬 티셔츠의 '월리' 역시 그가 여행길에서 '캐스팅' 해 왔다. 지난해 그가 방문한 홍콩 최대 쇼핑몰 하버시티에서 월리 캐릭터 행사를 진행중이었던 것. 유통업계 최대 트렌드였던 '복고' 열풍과도 맞물렸고, 백화점의 주력 고객인 40~50대 여성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기대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그는 "4000장 한정으로 발급된 월리 현대백화점 카드는 2시간만에 가입이 마감됐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항상 일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입국 직전까지 이 과장을 긴장케 한 아티스트도 여럿이다.
"엔리케 이글레시아스의 친부인 왕년의 인기스타 훌리오 이글레시아스는 50대 고객들을 타깃으로 무대를 구성했었습니다. 당시에도 일흔이 넘은 나이었죠. 갑자기 건강이 악화됐다고 연락이 와 취소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새벽같이 공항에 나가서 조바심내며 그를 기다렸었죠. 입국한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 나서야 한시름 덜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에게 콘텐츠 기획은 '운명'과도 같다. 지난달 결혼한 새신랑인 그는 2014년 슈퍼스테이지로 현대백화점이 기획한 '에이콘 내한공연'에서 지금의 부인을 만났다.
"고객으로 왔던 지금의 신부에게 첫 눈에 반해 현장에서 연락처를 달라고 했었습니다. 알고보니 같이 왔던 친구가 현대백화점 우수고객이었더라고요. 회사가 이어준 셈이죠."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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