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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반공 틀에 다시 갇힌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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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한 감독의 '인천상륙작전', 1960~1970년대 반공영화 공식 그대로 가져와

[이종길의 영화읽기]반공 틀에 다시 갇힌 한국영화 영화 '인천상륙작전'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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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이재한 감독(45)의 '인천상륙작전'은 전쟁영화다. 대규모 전투 시퀀스는 없다. 북한군으로 위장 잠입한 해군부대의 작전 수행을 그린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51)의 '작전명 발키리(2008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53)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년)'과 같이 전쟁을 배경으로 한 첩보영화다. 작전명 발키리는 클라우스 폰 슈타펜버그 대령(톰 크루즈)의 내면을 부각하지 않는다. 건조한 화면을 빠른 템포로 나열해 알프레도 히치콕의 서스펜스에 다가간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아돌프 히틀러를 암살하려는 인물들을 치밀하게 엮고, 서부극과 같이 시퀀스를 펼쳐 긴장과 재미를 전한다.

두 영화와 달리 인천상륙작전은 혹평을 받고 있다. 핵심은 영웅주의를 통해 강조되는 애국심. 이를 표방하고도 찬사를 받은 작품은 많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70)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년)',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61)의 '패트리어트: 늪 속의 여우(2000년)', 리들리 스콧 감독(79)의 '블랙 호크 다운(2001년)', HBO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2001년)' 등이 대표적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86)의 '아메리칸 스나이퍼(2015년)'는 지난해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 각색상 등 여섯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종길의 영화읽기]반공 틀에 다시 갇힌 한국영화 영화 '인천상륙작전' 스틸 컷

결국 문제는 만듦새다. 인천상륙작전은 컴퓨터그래픽 등을 사용하지만 시대를 역행하는 느낌이 강하다. 1960년대~1970년대에 소모된 반공영화의 틀을 그대로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전우애를 통해 남성적 연대를 나타내면서 희생과 헌신으로 집단성을 체현한다. 김기덕 감독(82)의 '5인의 해병(1961년)', 이만희 감독의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년)', 고영남 감독의 '결사 대작전(1969년)'와 같이 해군부대를 각기 다른 지역ㆍ문화의 인물들로 구성했다. 부대원들은 전쟁을 겪으면서 서로의 차이를 좁힌다. 죽음 앞에서는 극적으로 화해한다. 오대수(고윤)는 총탄에 쓰러지면서 노비 천달중(길금성)에게 말한다. "다시 태어나면 형으로 모시겠어."


반공영화는 이런 신으로 남성다움의 척도를 제시한다. 협력과 의무를 저버리는 자는 비참하게 죽인다. 반면 제 역할을 해낸 자에게는 장엄한 음악과 함께 희생과 헌신의 가치를 부여한다. 영웅주의로 표현해 이 장르의 주제의식으로 각인한다. 인천상륙작전은 이러한 공식에 충실하다. 부대원들이 죽음을 맞는 신에 슬로 모션(화면에서의 움직임이 실제보다 느리게 보이도록 하는 기법)을 걸고 태극기 등을 배치한다. 최무룡 감독의 '피어린 구월산(1965년)', 돌아오지 않는 해병 등에서도 모든 인물들은 장렬하게 전사한다. 신상옥 감독이 연출한 '빨간 마후라(1964년)'의 마지막 신에서는 살아남은 자들이 묘비 앞에서 죽은 이를 애도한다.


[이종길의 영화읽기]반공 틀에 다시 갇힌 한국영화 반공영화 '돌아오지 않는 해병' 스틸 컷


아군과 적군의 대립은 당연히 극명하게 드러난다. 북한군은 예외 없이 타자(他者)이자 악인이다. 강범구 감독의 '동굴 속의 애욕(1964년)'은 빨치산을 비인간적으로 묘사했다. 이만희 감독의 '싸리골의 신화(1967년)'와 이강천 감독의 '어떤 눈망울(1968년)'에서는 북한군이 민간인을 쉴 새 없이 억압하고 핍박한다. 인천상륙작전도 다르지 않다. 북한 방어사령관 림계진(이범수)은 인민재판을 열고 민간인을 위협한다. 해군부대와의 전투에서는 젊은 여인을 총알받이로 이용한다. 사실 극악무도함은 장학수 대위(이정재) 또한 만만치 않다. '이념은 피보다 진하다'는 신념을 버리고 연합군에 합류한 인물이지만, 북한군 거의 한 부대를 무자비하게 죽인다. 하지만 적군을 악인으로 묘사해 악인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이데올로기 등이 개입돼 영웅으로 떠받들어진다.


[이종길의 영화읽기]반공 틀에 다시 갇힌 한국영화 반공영화 '결사 대작전' 스틸 컷


이런 영화에는 쉬어가는 장면이 있다. 일상적인 부대생활을 보여주면서 담소, 흡연, 편지 등을 활용한다. 인천상륙작전에서는 남기성(박철민)이 코미디릴리프(긴장된 화면에 우스운 장면을 삽입하여 과도한 긴장감을 늦추는 수법)를 책임진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재치를 발휘해 위기를 모면한다. 돌아오지 않는 해병의 구봉서와 비슷한 인물이다. 인천상륙작전에는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리암 니슨)도 등장한다. 이 감독은 그를 통해 전형적인 아버지상을 제시한다. 또 "이 전투는 내게 마지막이 되지 않을 것이다"와 같은 대사로 남성적인 카리스마와 직업군인으로서의 프로페셔널리즘을 보여준다. 빨간 마후라의 전투기 편대장과 정진우 감독의 '8240 KLO'에 등장하는 이상팔 대장(박암) 등을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해군부대와 교차되는 지점이 거의 없어 애초 의도가 제대로 실리진 못했다.


인천상륙작전은 옛 장르적 구조에 철저히 기대다보니 반공주의 성격이 짙게 나타난다. 1960년대~1970년대에 제작된 반공영화들은 반공이라는 억압적 정체성을 강요하는 이데올로기 기제였다. 한편으로는 여기에 동화되지 않고 이반을 꿈꾸는 저항의 실마리가 배태되는 공적 공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1966년 대종상 수상 부문에 우수 반공영화상까지 신설됐지만, 돌아오지 않는 해병을 끝으로 인기를 잃어갔다. 계몽적 성격의 영화를 제도적으로 육성하고자 한 국가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해 낳은 역효과였다. 영화인들이 전쟁을 오락적 재현으로 볼 수 없기에 드러낸 한계이기도 했다.


[이종길의 영화읽기]반공 틀에 다시 갇힌 한국영화 영화 '인천상륙작전' 스틸 컷


반공 이데올로기는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사회에서 서서히 해체됐다. 당연히 반공영화도 장르로서의 수명을 다했다. 그러나 천안함 침몰 사건 등 국가 안보문제는 여전히 이슈가 되고 있다. 전쟁 가능성이 엄존하는 분단 체제이기에 반공영화라는 외피를 다시 쓸 여지는 충분하다. 그렇다고 40여 년 전 국가에서 지정한 프레임 안에서 사고를 제한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제약에 막힌다면 반공영화는 그저 낡은 시대의 유물이자 파산한 프레임으로 남을 것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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