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최고경영자(CEO) 교체 위기에 빠졌다. '폭스바겐 게이트'의 불똥이 박동훈 대표에게 튀면서 검찰 구속영장까지 청구되는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CEO의 명성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르노삼성의 경영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 폭스바겐코리아의 CEO로 화려한 명성을 이어오다 지난 4월 르노삼성 첫 한국인 CEO로 취임한 박 대표에 대해 27일 서울중앙지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대기환경보전법 위반과 사문서변조ㆍ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가 적용됐다.
박 대표는 폭스바겐이 2010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배출가스와 연비, 소음 인증을 통과하기 위해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혐의와 관련해 지난 8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그는 2005년 폭스바겐코리아 법인 설립 당시 초대 사장으로 취임해 2013년까지 근무했다.
당장 하반기 경영일정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달 중순부터 진행 중이던 '2016년도 임금ㆍ단체협상'과 9월께 출시 예정인 전략차종 모델 'QM6'의 성공적 론칭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의 구속 여부는 29일께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만약 박 대표가 구속될 경우 올해 경영실적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상반기 호실적 기조를 유지하는데 찬물을 끼얹게 된다. 특히 내수시장 판매와 향후 수출 물량 확보가 매우 중요한 상황에서 노사의 임단협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면 큰 손실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르노삼성은 상반기 SM6 돌풍에 힘입어 내수판매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판매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9.7% 증가하는 실적을 올렸다. 지난 3월 국내 출시된 SM6는 지난달까지 내수판매 2만7211대를 기록해 르노삼성 상반기 전체 내수의 57.9%를 차지하면서 주력모델로 자리를 잡았다.
SM7도 지난달 내수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156.1% 나 증가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5의 후속모델인 QM6가 출시되면 판매 확대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경영 목표인 '국내 판매 10만대, 업계 3위 도약'에 한발 가까워졌지만 폭스바겐 게이트에 발목이 잡혔다.
박 대표의 교체설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르노삼성의 모기업인 프랑스 르노그룹에서는 한국법인 CEO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구속이 된 것도 아니고 아직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며 "(교체설에 대해서도) 아직 얘기된 거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CEO 리스크가 르노삼성의 경영 전반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비리와 연루된 CEO 명성이 기업에 미칠 영향과 하반기 경영차질 등이 르노삼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르노삼성이 오너 기업이 아니고 CEO가 전문경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영자 교체도 검토해 볼 시기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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