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편집위원]각종 의혹이 양파껍질처럼 불거지면서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여야의 사퇴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 박근혜정부 국정운영의 최대 걸림돌이 된 만큼 우 수석이 '결자해지'하라는 게 정치권의 요구다. 그러나 우 수석은 휴일인 24일에도 청와대로 출근해 자리를 지키며 꿈쩍도 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우 수석을 둘러싼 의혹은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우 수석과 부인, 3명의 자녀 등이 주식 100%를 소유한 비상장 가족회사 ㈜정강을 둘러싼 의혹이 새로 불거졌다. 우 수석 부인 소유 서울 서초구 반포동 빌딩에 '서류상 주소지'를 두고 있는 ㈜정강은 재산관리와 세금축소를 위한 회사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넥슨이 우 수석 처가 소유 강남 부동산을 매입한 배경을 둘러싼 추가 의혹도 제기됐다. 우 수석은 '깨끗한 땅'이라고 밝혔지만, 소유권이 복잡하게 얽힌 땅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야당권은 우 수석 사퇴를 거듭 압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경 대변인은 24일 논평을 통해 "우 수석의 버티기가 국정운영에 엄청난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이제 그만 오기와 아집을 버리고 그 직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우 수석이 직을 유지한 채 수사를 받으면 수사의 공정성은 물론 국민 신뢰도 담보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국민의당 김경록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7월 내내 폭염으로 지친 국민들에게 정부 고위인사들의 막장스캔들은 분노를 넘어 피곤을 안겨주고 있다"면서 "연일 드러나는 우 수석의 부패혐의 뉴스와 안간힘을 써서 이를 보호하려는 정부 여당의 태도에 국민은 이제 지치고 지겹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 수석은 횡거철피(橫渠撤皮·물러날 때를 알면 위태롭지 않음)의 자세로 결단하라"고 압박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앞서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 수석은 스스로 물러가세요. 그래야 대통령 휴가가 (제대로 된) 휴가가 됩니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여권도 무작정 우 수석을 감싸지 않고 있다. 수위는 낮아지고 있다고 하나 사퇴 불가피론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최근 "민정수석의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이 불가피하다"고 말한 데서 여권지도부 내 변화된 기류가 읽힌다. 그럼에도 우 수석은 계속 버티고 있다. 주말이 사퇴여부가 판가름 날 고비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청와대로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5일부터 닷새간의 휴가에 들어가는 박대통령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가기 바란다"며 그를 변론하는 듯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2013년 집권 이후 해마다 여름휴가 직후 청와대 인사나 개각을 단행했다. 올해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과연 그럴까.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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