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동안 거취 놓고 고민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이번 주(25일부터 닷새간) 박근혜 대통령의 여름휴가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거취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야당 뿐 아니라 여당 일각에서도 우 수석 사퇴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어떤 결단을 내리냐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휴가 후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집권 이후 해마다 여름휴가 직후 청와대 인사 혹은 개각을 단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역시 이 패턴에서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청와대의 우 수석 옹호 분위기가 최근 들어 바뀌었다는 점이 관전포인트다. '사적인 일로 청와대와 관계 없다'는 분위기가 초반 반응이었다면 중반에는 '의혹만 있을 뿐 실체가 없다'는 식의 견해가 많았다. 일주일이 지난 즈음에는 '침묵'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만큼 청와대로서는 부담이 크다는 방증이다.
한 청와대 참모는 우 수석 논란이 불거졌을 때만해도 "의혹만 있고 물증이 없다"며 "청와대가 나설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이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자리에서 "여기 계신 여러분들도 소명의 시간까지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해가지 마시고,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 가시기 바란다"고 언급한 것도 우 수석에게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많았다.
하지만 다음날인 22일 정병국 청와대 대변인은 NSC의 박 대통령 발언 해석에 대해 "그 자리는 우 수석과 관련한 자리가 아니다. 국가 안보를 지켜야 하는 자리"라며 "'소명'을 언급한 것도 국가 안보와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 수석에 대한 메시지가 아니었냐'는 질문에 "네"라고 덧붙였다. 무작정 감싸고 도는 상황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당 지도부도 무작정 감싸기는 지양하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민정수석의 국회 운영위 출석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민정수석은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 게 관례인데, 정 원내대표는 감싸지 않았다. 특히 정 원내대표는 그 보다 앞서 우 수석에 대한 진상조사를 청와대에 건의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제는 우 수석이 사퇴할 경우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공식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의혹으로 물러나는 것 자체가 불명예스러운데다 검찰 등 사정라인에 대한 장악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여당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정 주도권은 청와대에서 당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동개혁 등 국정과제 추진은 더 이상 쉽지 않게 된다.
박 대통령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 수석의 거취는 박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 행보와도 관계가 있다는 관측도 있다. 강공법을 택하면 국정 운영도 강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고 교체를 단행하면 야당과 협조하겠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