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국민의당이 21일 대규모 기업집단의 기준을 현행 5조원에서 5·7·50조원으로 세분화, 기업규모 별 차등적 규제를 적용 하는 내용의 대기업 집단 지정제도 개선안을 마련했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 채이배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정경쟁 생태계 구축을 위한 대기업 집단 지정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현행 5조원인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10조원으로 완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당은 대기업군에도 적지않은 규모차이가 있는 만큼 기준 조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중간규모의 재벌기업 등에서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김 정책위의장은 "경제구조가 복잡해지면서 획일적 규제가 문제되고 있지만, 법률도 아닌 시행령으로 대기업집단기준을 높여 많은 규제상의 허점을 만들고 이것이 공정경제 생태계를 해치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기준을 5조, 7조, 50조로 나눠 규제 합리화와 공정경쟁 양자를 추구하는 합리적 대안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은 우선 이번 개선안을 통해 기존 5조원인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5·7·50조원으로 세분화 했다. 우선 사각지대 방지를 위해 국민의당은 자산규모 5~7조원(9개 대기업집단)의 대규모 기업집단(34개)에는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공시의무를 부과하고, 자산규모 7조원 이상의 기업에는 ▲상호순환출자 ▲채무보증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을 추가로 제한하는 식이다.
특히 국민의당은 자산규모 50조원 이상인 대규모 기업집단(10개)에는 앞선 규제에 더해 ▲친족분리기업 및 해외계열사 일감몰아주기 금지 ▲해외계열사 소유구조 공개 등의 규제를 추가로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김 원내수석은 7조원 이상에 차등 규제를 적용키로 한 것과 관련해 "10조원으로 대기업집단기준이 완화되면 규제 공백이 생기고 많은 기업이 제외된다"며 "7조원은 2008년 도입된 현행 자산총액 5조원 기준에 이후 8년간의 GDP 증가율 49.4%를 적용해 산출했다"고 강조했다. 채 의원도 50조원 이상 기업과 관련한 규제를 신설한 것에 대해 "최근 롯데사태에서 드러난 것 처럼, 롯데그룹은 해외계열사가 굉장히 많다"며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는 감시 받고 있지만, 친족분리기업과 해외계열사에 대해서는 규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민의당은 현재 시행령 상에 정해진 대규모 기업 집단기준을 법률 수준으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 대기업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정부의 시행령 개정 차원이 아닌 국회 차원의 논의를 통해 지정 기준을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다.
국민의당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관련법안을 8월 내 발의하고, 오는 9월 시작될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원내수석은 "공정거래법 관련해서는 더불어민주당의 간사, 의원들을 모시고 설명하고 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생각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의 의원들도 충분히 설득해 꼭 통과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당은 현행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기준을 원용하고 있는 다른 법률(총41개) 중 일부(11개)도 정비키로 했다. 김 원내수석은 "대기업집단 기준을 정하는 공정거래법을 원용하는 법률도 41개나 돼 공정거래법 뿐 아니라 원용 법령에 대해서도 국회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기업 기준을 일괄 조정하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