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강남·송파·서초 전셋값 일제히 하락
"인근 지역의 대규모 입주에 따른 일시적 현상"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의 전용면적 84.99㎡ 규모 잠실리센츠 27층 아파트가 7억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약 한 달 전보다 1억원이 떨어졌다. 올 1월엔 8억5000만원에도 전세가 나갔었다. 반년 만에 전셋값 1억5000만원이 내린 셈이다. 또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전용면적 33.18㎡ 규모 대치·대청아파트 2층이 2억1500만원에 전세계약이 신고됐다. 두 달 전 체결된 계약보다는 500만원 떨어졌다. 같은 층 이 아파트는 5월 2억2000만원 4월엔 2억4000만원에 거래됐었다.
무섭게 뛰던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3구'의 전셋값이 지난주 일제히 떨어졌다. 2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으로 전주보다 강남구는 0.18% 전셋값이 내렸다. 서초구와 송파구도 각각 0.10%, 0.01% 하락했다. 강남3구 전체적으론 0.1% 떨어졌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남 아파트 전세를 대체할 수 있는 하남 미사 등의 입주 본격화가 주요 원인"이라며 "이와 함께 강남 재건축 이주 수요가 최근 소폭 감소한 것도 강남3구 전셋값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위례신도시와 미사강변도시에만 올해 2만1311가구의 입주물량이 쏟아진다.
한국감정원의 통계에서도 강남3구의 전셋값 조정세가 확인된다. 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강남3구의 평균 전세가격지수는 105.3으로 올 들어 0.2%(0.2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반면 서울 전체로는 같은 기간 106.3에서 108.2로 1.8%(1.9포인트) 올랐다. 강남3구의 전셋값 상승세가 서울 평균에 미치지 못한 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강남3구의 전셋값 하락은 일시적인 조정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함 센터장은 "내년부터 위례나 미사 지구의 입주물량이 올해보다 줄어들 예정"이라며 "재건축 시장 경기가 급격히 냉각되지만 않는다면 내년엔 개포지구를 중심으로 한 강남의 재건축 이주 본격화에 전셋값이 상승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채미옥 감정원 KAB부동산연구원장은 "상승률이 둔화된 것은 맞지만 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봐야지, 추세로 보긴 힘들다"며 "저금리에 집주인이 월세를 선호하고 있는 상황으로 전세 물량이 늘어 날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세계약을 갱신할 때 보증금을 올리는 대신 상승분을 월세로 돌리는 '준전세(보증금이 월세의 240배를 초과하는 월세)'의 증가가 강남3구 전셋값 하락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예전엔 집주인이 전셋값을 올리고 싶을땐 재계약시 보증금을 올렸다면 지금은 보증금은 그대로 두고 추가로 월세를 받는 준전세를 선호한다"며 "이 경우 과거 통계로는 전셋값 상승으로 나타났겠지만 지금은 월셋값 상승에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셋값 상승분이 준전세로 전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 상반기 서울의 전세거래는 총 5만4005건으로 전년 동기 보다 18.7%(1만2458건) 줄었다. 특히 강남3구의 경우 같은 기간 1만5997건에서 1만2686건으로 20.7%(3311건) 감소했다. 강남3구의 전세물건 감소세가 더 가파른 셈이다. 대신 강남3구의 준전세는 1년새 13.7% 늘었다.
김 연구위원은 "추세라고 진단하려면 적어도 3~6개월 가량의 가격 흐름을 봐야한다"며 "최근 강남3구 전셋값 하락세를 두고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고 보는 것은 너무 섣부른 진단"이라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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