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설립 주도 '화해·치유재단'과 출범 앞둔 정대협 '정의기억재단' 사이 논란 예고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기하영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일본으로부터 출연금 10억엔을 받아 운영될 예정인 '화해·치유재단'과 이에 반대하면서 만들어진 '정의기억재단' 사이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사실상 두 개의 위안부 피해자 지원 재단이 설립되는 셈인데 명분과 지원 방법을 놓고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20일 외교부와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화해·치유재단은 이달 말 설립을 목표로 곧 여가부에 공식적인 재단 설립 신청을 할 계획이다. 지원 대상은 피해 생존자 40명을 포함해 사망자(198명)까지로 확대할 예정이다. 사망자의 경우 유족들이 지불금을 지급받게 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재단이 설립되고 나면 할머님들의 마음 치유와 명예 회복을 위한 일들을 하게 될 것"이라며 "복지 차원은 여가부에서 맡게 되고 한일관계 차원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은 외교부의 역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해·치유재단은 민간 재단 법인으로 설립될 예정이지만 사실상 정부가 설립부터 운영까지 과정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정의기억재단도 출범을 앞두고 있다. 김동희 정대협 사무처장은 "재단 설립을 위해 신청을 해놓은 상태로 서류 심사 등 여러 과정이 끝날 때까지 신중하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기억재단이 재단 후원 회비 모금을 통해 모은 돈은 약 9억원(14일 기준) 상당이다.
이처럼 투트랙으로 갈라져 지원되다 보면 결국 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 화해ㆍ치유재단 측은 재단에 반대하는 피해자들에 대해서 향후 어떤 지원을 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은 "할머님들은 여전히 화해·치유재단 설립에 완고히 반대하고 계시다"며 "정부가 잘 이해하고 처리해야 하는데 밀어붙이기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나눔의 집엔 10명의 피해자들이 생활하고 있다.
여·야 간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19일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야당이 지난해 결산자료 부대의견에 '위안부 백서를 속히 마무리해 발간하도록 할 것',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추진사업은 연속사업이므로 내실 있게 집행하도록 할 것' 등의 문구를 명시하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여당에선 포괄적이고 톤 다운된 수준을 주장하면서 결국 회의는 파행됐다. 전체회의는 20일 오전 9시30분부터 다시 열렸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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