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내년에 주택연금 지원 예산 반영이 필요하다고 보고 예산당국과 협의를 하려 한다”면서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주택연금을 원활히 운영해나가려면 충분한 재원 마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예산당국에 제시할 주택연금 예산 규모를 아직 구체적으로 파악하지는 않았다. 주택연금 업무를 맡고 있는 주택금융공사는 자체적으로 대략 500억원 안팎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보고 금융위에 요청했다.
정부는 2007년 주택연금 출시 초기에 190억원가량을 출연했을 뿐 이후 별다른 예산 지원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까지는 가입자 증가 폭이 크지 않아서 버틸만 했으나 올해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올해 상반기 주택연금 가입자 수는 531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3%가량 급증했다. 금융위는 이같은 추세를 반영해 당초 올해 목표 8800명을 크게 넘어서 1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가격 1억5000만원 이하 1주택 소유자에게 최대 15%까지 연금을 추가 지급하고, 주택연금에 가입해 주택담보대출 대출을 갚고 잔여분을 연금으로 수령하는 등의 ‘내집마련 3종세트’가 지난 4월 출시된 영향이 크다.
주택연금은 주택금융공사가 보증서를 발급하면 은행이 이를 토대로 주택연금대출을 실행하는 방식인데, 주택금융공사의 기본재산 대비 보증잔액 운용배수는 지난해 말 12.8배(가입자 6486명)에서 올해 16.4배(전망치 8800명), 내년에는 18.1배(1만1880명)로 커질 전망이다.
공사가 적정 수준으로 책정한 14.7배를 훌쩍 뛰어넘게 되는 셈이다. 특히 기존 가입자 전망치를 상향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운용배수는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 일종이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올해 추경에도 예산 반영 요청을 검토했으나 우선순위에서 밀린다고 보고 포기하기도 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주택연금 출범 초기 이후에는 정부 출연 없이 가입자의 보증료와 금융사 출연금 등으로 운영해 왔다”면서 “고가 주택이 많은 수도권에 가입자가 집중된다는 지적이 많아서 우대금리 상품을 출시해 지방을 비롯한 서민들에게 많은 보탬이 되고 있다. 내년에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주택연금은 수지상등 원칙이 적용돼 수입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지출 역시 증가할 수 없는데, 특별한 재원 마련 대책 없이 ‘내집연금 3종세트’가 도입돼 추가적인 지출 소요가 발생한다면 주택연금 계정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3종세트’를 출시하면서 “은행 주택담보대출 전환 판매장려수당과 우대형 주택연금 지원 등을 위해 올해 소요 예상되는 100억원가량은 주택금융공사 자체 재원으로 충당하되, 내년 이후에는 관계부처와 효과 분석, 소요 재원 등을 검토 협의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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