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있어도 가입 OK, 저가주택 우대형 문의 많아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빚을 안고 장만한 집인데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나요? 몽땅 다 갚고 나서 가입해야 되는거 아닌가요?" 1년 전 은퇴한 조익로(60세ㆍ가명)씨는 집 앞 주택금융공사 지사에 들러 이같은 내용으로 상담했다. 조씨는 1억원의 빚을 끼고 3억대 아파트를 샀다. 거치식 주택담보대출이라 매달 이자로 29만원만 내면됐지만 빚이 껴 있는 집이라 주택연금 가입은 꿈도 안꿨다. 대한민국에 빚 안끼고 집 사는 사람이 없지만 집을 맡기고 매달 일정액을 받는 게 주택연금이라고 들은 조씨. 대출이 잔뜩 있는 '하우스푸어'면 당연히 가입이 안될 것 같았다.
주택금융공사 직원은 조씨에게 "당연히 고객님도 가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달 25일부터 출시된 '내집연금 3종세트'는 조씨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 상품을 내놨다고 한다. 대출을 해 산 집이라도 맡기고 연금을 받을 수 있게 상품으로 구성한 것이란다. 이 상품의 취지도 무거운 주택담보대출의 짐을 덜어주는 것이란 게 주금공 직원의 설명이다.
지난달 25일 출시된 '내집연금 3종세트'가 인기를 끌면서 주금공과 각 은행에 다양한 사례들이 접수되고 있다. 주금공 지사의 경우 하루에 많게는 30통의 전화를 받고 전화가 몰릴 때는 지사당 2~3명인 상담실장 외에도 연금담당 직원들 2~3명까지 투입돼 야근을 하는 일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주택담보대출 상환형인 1종에 대한 상담문의가 많다. 기존 주택연금은 가입하려면 주택담보대출이 없거나 미리 갚아야 했다. 하지만 25일 제도가 바뀌면서 주택담보대출이 있더라도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연금 일부를 미리 뽑아 대출금을 갚고 대출 이자 부담을 없앤 뒤, 남은 금액은 매달 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했다.
이 때문에 다 갚지 못한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위해 가입 시 한번에 뺄 수 있는 한도가 연금지급한도의 70%까지 높아졌다. (종전엔 50% 였다) 70%의 인출한도를 전액 빼도 주담대출을 전부 갚기 어려운 경우도 배려했다. 이런 가입자는 최대 1000만원 내에서 서울보증보험의 신용대출상품인 '내집연금연계신용대출'을 받아 빚을 갚으면 된다. 최근 주택연금을 가입한 이정남씨(65세ㆍ가명)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을 가입하고 크게 만족하고 있다. 이 씨는 "이제 더이상 자식들에게 '이자를 좀 더 보내달라'고 말하지 않아서 좋다"면서 "매달 내는 이자가 없어지고 대신 연금을 받게 되니 숨통이 트였다"고 말했다.
1억5000만원 이하 우대형 주택연금에 대한 문의도 활발하다. 1억5000만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초반에는 지방을 중심으로 상담문의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서울 외곽이나 빌라 소유자들을 중심으로 문의가 늘고 있다. 함태규 주택금융공사 상담실장은 "장안동이나 면목동 주변에 1억5000만원 이하로 평가되는 빌라들이 꽤 있다"면서 "저가 주택 우대형 상품의 경우도 이번 내집연금3종세트 출시로 받을 수 있는 월지급금이 늘어나 그에 대한 문의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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