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로 온 나라가 벌집을 쑤신 듯 어수선하다. 사드란 북한군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준중거리 탄도 미사일(1000~2000㎞)이 대기권을 벗어나 최고도 지점에서 낙하하는 단계에서 격추시키는 시스템을 말한다. 사드 한 개 포대는 6개의 발사대, 고성능 X밴드 레이더, 주전력장비, 냉각장비, 전자장비로 구성돼 있고 1개 발사대는 8발의 미사일이 장착된다. 1개 포대는 모두 48발의 미사일로 구성이 된다. 그리고 탐지거리는 전지배치용이 2000㎞이고 종말단계 요격용이 600㎞로 알려져 있다.
지금 사드 이슈는 국내·외로 나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국외로 볼 때, 중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미국의 대중국 견제용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사드 배치 후보지가 중국의 수도인 북경과 가깝다는 점이 중국민의 반감을 더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12일에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는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의 근거로 삼아온 이른바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중국의 남중국해 여러 섬들의 점유를 국제법상 불법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 두 건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 전략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고 본다. 이에 중국은 미국의 중국봉쇄를 무력화하기 위해 비관세 장벽이나 금수조치로 우리에게 압력을 가할 수도 있다. 일례로, 최근 삼성전자의 해명에도 중국 장화이자동차(JAC)가 삼성SDI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 생산을 중단한 것은 비관세 장벽의 압력으로 느껴진다. 앞으로 중국농산물 수출 중단, 우리 화장품 수입 중단이나 희토류와 같은 광물의 금수조치를 통해 우리 국민이나 기업들에게 불편을 가중시킬 여지는 충분하다.
국내로 볼 때, 사드의 배치 발표는 일방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했다. 지난 11일 오전 청와대는 "대구공항은 군(軍)과 민간공항을 통합 이전해 군과 주민들의 기대를 충족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12일에 언론은 사드 배치 후보지로 대구에서 서쪽으로 9.2㎞ 떨어진 경북 성주가 유력하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반발을 고려해 한반도 남동부에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면 배치지역에 채찍과 당근을 함께 준비했어야 했다. 지방자치제가 실행되고 나서 우리나라에서도 님비(Not In My Back Yard)와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현상이 심화돼 국책사업의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사실은 누구나 주지하고 있다. 사드의 배치 역시 대표적인 님비현상으로 영남권 신공항과 같은 핌피현상과 함께 마스터 플랜 하에서 정교하게 진행됐어야 했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 핵무기,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 등 대량살상이 가능한 무기와 같은 비대칭전력이 강한 북한을 방어하기 위해 사드의 배치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 더욱 국민을 설득하고 소통했어야 했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고, 물은 엎질러졌다. 하지만, 이제부터 풀어야 할 과제로는 배치 지역민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 것인가다. 일방 통보나 지역민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다면 갈등의 확산으로 이어져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얼마 전 황교안 국무총리가 성주에서 보여준 것처럼 정책담당자들이 직접 배치 현장을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서 효과적인 해결책으로 성난 지역민심을 다독거려야 할 것이다. 최고의 설득 도구는 보고서도, 이메일도, 팩스도, 전화도 SNS도 아닌 대인 면담(Face to Face)이라는 사실과 지금은 우리 모두가 진중해야 할 때라는 것을 명심하자.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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