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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칼럼] 폭언, 막말은 치료가 필요한 병

시계아이콘01분 46초 소요

 동방예의지국( 東邦禮義之國)임을 자랑으로 여기던 우리나라가 폭언과 막말 홍수에 잠식되고 있다.
 교육부 고위공직자가 99%의 국민은 개ㆍ돼지라는 막말을 날린 지 1주일도 안돼 이번에는 경남 도지사라는 분이 도의원을 '쓰레기'나 '개'에 비유했다. 소위 지도층 인사로 불리는 사람들의 언행이 이러하니, 사회 전반에 만연된 언어 폭력의 수준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명문대 학생들 단체 카톡방에서는 환락가 잡배들 사이에서나 있을 법한 막말 대화가 오가고, 중고생들이 모인 곳에선 버스ㆍ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도 고성의 '쌍욕' 대화를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가난했던 그때 그 시절, 인권 유린이 일상으로 자행되던 군부 독재시대에도 쉽게 볼 수 없던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의 민낯이다.
 막말과 욕설로 대변되는 폭언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부작용은 참으로 심각하다.
 최근 캐나다 세인트메리대 연구팀은 43세 간병인 55명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혈압 측정을 한 결과, 직장 상사로부터 볼쾌한 말을 들으면 그 순간 혈압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퇴근 후, 심지어 자고 일어난 다음 날까지 혈압이 올라간 상태로 유지된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직업 건강 심리학 저널'에 발표했다. 고등 동물인 인간의 대뇌는 나쁜 말을 계속해서 되새김질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즉, 폭언은 피해자에게 일시적 스트레스 수준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고혈압ㆍ심혈관계 질환 등의 위험을 높이는 셈이다. 당연히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쳐 우울증, 불안증, 화병 등을 초래한다. 실제 두 달전, 33세 2년차 검사가 직장 상사인 부장검사의 폭언과 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의학 칼럼] 폭언, 막말은 치료가 필요한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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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언은 반복될 경우, 심각한 폭행으로 이어져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초래할 위험도 높다. 실제 폭행이 직업인 조폭을 소재로 한 영화만 봐도 그들의 일상 대화는 폭언으로 이루어져 있다. 폭언은 가해자 본인의 인격을 바닥으로 추락시키는 상스럽고 수치스러운 행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면을 중시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조차 막말을 남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폭언은 언어를 사용한 '폭력'이다. 정신의학적으로 폭력은 위협에 반응하는 뇌 회로에 문제가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소한 자극을 마치 큰 위협이나 되는 것처럼 받아들여서 과도한 반응, 즉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미묘한 감정 구별 능력도 떨어진다. 예컨대 슬픈 상황인지 공포스러운 상황인지를 구별하는 것도 힘들어 한다.


 폭력적인 사람들의 내면 세계는 인격적으로 미숙하고 자존감이 매우 낮다. 자신의 자존감을 만회하는 도구로 폭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폭력을 통해 상대방이 괴로움과 굴욕감을 보이면 마치 자신의 자존감이 올라가는 듯한 보상 심리를 느끼는 것이다. 이때 보상 심리를 일순간 맛보더라도 폭력으로 인한 손실이 더 크면 폭력을 재사용하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반면 폭력의 후유증이 미미할 경우, 더 큰 보상 심리를 얻기 위해 보다 강도 높은 폭력을 지속적으로 자행하게 된다. 고위 공직자ㆍ직장 상사 등 '갑'의 입장에 있는 사람의 권력 남용형 폭언에 대해 특히 엄중한 잣대를 적용해야 하는 이유다.
 현재 막말을 한 도지사는 피해자에 의해 형법 위반에 해당하는 모욕죄로 고소를 당한 상황이다. 모욕죄에 해당할 정도의 폭언을 한 사람은 누구라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언어 폭력 치료프로그램을 이수하는게 바람직하다.상담이나 심리극 등을 통해 낮은 자존감의 실체를 파악하고 공감 능력도 향상시켜야 한다. 그래야 폭언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간의 심신을 병들게 만드는 막말과 욕설의 피해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해 막말 공화국으로 침몰하지 않도록 막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황세희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연구소실장ㆍ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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