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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軍이 '롤리우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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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작에 총기·폭탄·병력까지 지원…"軍이 잔혹한 폭력 조장한다"는 비판도

파키스탄軍이 '롤리우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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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규모와 현란함에서 볼리우드(인도 영화산업)에 훨씬 못 미치는 파키스탄 영화산업 '롤리우드(Lollywood)'를 군이 지원하고 나섰다. 롤리우드란 파키스탄 제2의 도시로 현지 영화산업의 본거지인 라호르(Lahore)와 할리우드(Hollywood)의 합성어다.

올해 개봉되는 파키스탄 영화는 총 48편에 이를 듯하다. 이는 기록적인 숫자다. 한편 2014년 4월~지난해 3월 개봉된 인도 영화는 이의 38배가 넘는다.


1947년 파키스탄이 인도로부터 떨어져 나와 독립한 이래 현지에서 제작된 영화는 총 1483편이다. 2010~2015년에는 총 38편이 제작됐다.

파키스탄 독립 당시 영화관은 1500개가 있었다. 롤리우드는 1960년대 황금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1970년대 지아 울 하크 대통령의 이슬람 회귀 정책으로 영화산업은 사양길에 들어섰다. 그는 1979년 정당 활동, 노동자들의 파업을 금하고 언론ㆍ출판 매체에 대해 엄격한 검열을 실시했다.


그러던 중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집권한 2000년대 롤리우드가 부활하기에 이르렀다. 파키스탄 정부는 영화 티켓에 부과했던 세금을 2년 전 철폐했다. 이후 새 영화관이 속속 문을 열어 롤리우드 발전에 일조하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에는 영화관 325개가 있다. 이 가운데 성업 중인 영화관은 160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부터 3D 영화의 붐으로 롤리우드는 부흥기를 맞고 있다.


더불어 앙숙인 인도의 '소프트파워(물리적 힘이 아니라 자발적 행동을 이끌어내는 문화 같은 매력)'가 한없이 부러운 파크스탄군이 롤리우드 발전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파키스탄에서 꽤나 유명한 핫산 와카스 라나 감독은 최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회견을 갖고 "대본이 마음에 들면 군은 제작사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지원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군이 영화 제작비를 대는 것은 아니다. 군은 저예산 영화를 고예산 영화처럼 보이게 만든다. 다시 말해 물류를 지원하고 군 부지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가하며 총기ㆍ폭탄ㆍ헬기는 물론 이따금 병력까지 엑스트라로 동원한다. 라나 감독은 "전투 장면이 필요하면 군 병력은 곧 작전에 돌입한다"고 들려줬다.


일부에서는 지난 수십년 사이 높은 세율로 질식사하다시피 한 롤리우드를 살리는 데 군이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고 평한다. 그러나 군이 잔혹한 폭력을 조장한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파키스탄군은 군을 좋게 묘사한 대본에 이끌리게 마련이다. 군이 지원하는 영화는 인도와 정치인들에 대한 군의 부정적 시각을 반영하곤 한다. 파키스탄군 지도부는 민간 정치인들을 썩을대로 썩은 집단으로 간주한다.


라나 감독의 첫 작품에 관능적인 인도의 여성 스파이가 등장한다. 영화 속 여성 스파이는 파키스탄의 탈레반 세력과 함께 테러 공격을 모의한다. 이는 파키스탄 군 당국이 즐겨 찾는 테마다. 군 당국은 인도가 파키스탄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무장투쟁을 부채질한다고 비난하곤 한다.


롤리우드 관계자 일부는 이런 접근법이 자국 영화산업에 득 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현지 영화 제작자 나딤 만드비왈라는 "파키스탄 관객들이 '무분별한 인도 때리기'를 원치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파키스탄 당국은 볼리우드 영화 '팬텀'에 앙갚음할 수 영화를 만들어달라고 라나 감독에게 주문했다. '팬텀'에는 파키스탄 출신 테러리스트들의 음모를 좌절시키는 인도 비밀요원들의 활약상이 담겨 있다. 그러나 라나 감독은 이를 거절했다. 파키스탄이 마구잡이식 반(反)인도 정서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파키스탄軍이 '롤리우드' 키운다 지난해 박스오피스 매출 47억원으로 최고 흥행 성적을 거둔 파키스탄의 코미디 영화 포스터.

파키스탄 당국은 인도 영화를 공식적으로 금하고 있다. 그러나 파키스탄에서 볼리우드 영화의 인기는 대단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로맨스ㆍ코미디ㆍ액션 영화가 각광 받는다.


파키스탄에서 인도 영화들이 인기 있는 것은 파키스탄과 인도의 뿌리가 같아 동일 문화권ㆍ언어권에 속하기 때문이다. 볼리우드의 해외 영화 시장 가운데 파키스탄이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터키 드라마가 파키스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같은 이슬람 정서에다 문화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중국 영화의 경우 극히 일부가 파키스탄에 공급되는데 그나마 주로 액션 영화다. 중국 영화와 일본 애니메이션은 주로 TV와 DVD를 통해 공급되지 파키스탄 현지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경우란 거의 없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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