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아파트 규제 첫 사례
시공사·조합 일반분양 지연에 난감
HUG, 이번주 본사서 2차 심사 진행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3.3㎡당 분양가가 45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 3단지)의 일반분양이 이번 주 고비를 맞는다. 분양에 앞서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분양보증 2차 심사가 본격화하는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2단계 심사는 정부가 강남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고분양가에 대한 규제에 나선 이후 첫 사례여서 재건축조합은 물론 인근 주요 단지들도 그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18일 업계와 HUG에 따르면 '디에이치 아너힐즈' 일반분양에 대한 1차 분양보증 심사가 지난주 마무리됐다. HUG 관계자는 "분양보증 심사가 강화되면서 해당 지사에서 1차로 심사를 진행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이번 주부터는 본사에서 2차 분양보증 심사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본사에서 진행하는 2차 심사는 통상 7일 정도 소요된다. 시기가 민감한 만큼 HUG에서 시공사인 현대건설에 추가 자료를 요구하거나 문제를 지적하게 되면 분양보증 승인은 더욱 미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입주자모집공고를 거쳐 실제 일반분양 물량에 대한 청약접수는 8월에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현대건설과 조합은 지난 8일 견본주택 개관한 이후 13일 1순위 청약을 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택 분양의 필수요건인 분양보증 심사가 지난달부터 두 차례 보류됐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일반분양가가 지나치게 가파르게 뛰고 투기세력들이 많아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현대건설과 조합은 일반분양이 기약 없이 늦어지면서 난감해하고 있다. 견본주택은 예정대로 지난 8일 개관, 일반에 공개된 사흘 만에 1만여명이 다녀갔다. 지난 11일 이후부터는 하루에 50팀씩만 예약제로 견본주택을 운영하고 있지만, 예약문의와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분양 관계자는 "분양가를 두 차례나 인하했음에도 분양승인이 나지 않아 일반분양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면서도 "방문객 대부분이 분양가보다 청약 당첨을 위한 전략에 더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도심에서 찾아보기 힘든 테라스하우스까지 분양가를 당초보다 크게 낮춰 경쟁이 더욱 치열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선분양 시스템이 정착된 상황에서 1320가구 중 69가구에 불과한 강남의 일반분양 물량을 두고 보증심사가 더 필요하다고 하면 누가 믿겠나"라면서 "정부가 이렇게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면 부작용만 커진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와 맞물리면서 강남 재건축으로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 세력들이 몰려든 게 사실"이라며 "건설사와 조합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고가 마케팅을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선의의 피해자들을 막고 분양가의 도미노 인상을 예방하기 위해 움직이는 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고가 아파트에 대한 중대금 대출보증 중단에 이어 분양보증 심사까지 강화하며 분양가 단속에 나서자, 일단 시장은 숨을 죽였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이 3주째 감소하고 있으며,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매매도 뚝 끊겼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월 대비 하락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