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충격이 영국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임대목적으로 구매(BTL·buy-to-let)한 주택 모기지 시장이 새로운 뇌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브렉시트의 진짜 위험은 영국 주거용 부동산 시장이라며 BTL 모기지 시장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처럼 무너진다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8일자에서 보도했다. BTL은 주거 목적이 아닌 임대 목적으로 주택을 구매하는 것으로 저금리 기조 속에서 최근 몇 년간 영국에서 유망한 투자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번주 영국 상업용 부동산 펀드들이 잇달아 환매 중단을 선언하면서 브렉시트 충격이 영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WSJ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한 채권 규모는 2007년과 비교했을 때 3분의 1 정도 수준이다. 당시에 비해 대출 기준이 까다로워져 은행들이 위기 상황에 대비한 준비도 잘 이뤄져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주거용 부동산 시장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르다.
영국 모기지대출협회에 따르면 BTL 모기지를 위한 선불금 규모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상황과 비슷한 수준으로 커졌다. BTL 모기지용 선불금 규모는 2008년 당시 450억파운드를 상회할 정도였다.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09년 선불금 규모는 100억파운드 미만으로 쪼그라들었으나 이후 6년 연속 시장이 성장하면서 지난해 다시 그 규모가 400억파운드에 근접해 있다.
최근 몇 년간 영국 부동산 시장의 호황은 BTL 모기지의 영향이 컸다. 주택가격 상승이 이어지자 투자자들이 저금리로 자금을 빌려 주택 구매에 나섰던 것이다. BTL 모기지는 은행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이기도 했는데 현재 영국 담보대출 시장에서 17%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시장 규모가 커졌다.
영국 모기지 시장은 브렉시르 직전까지도 급성장을 거듭했다. 지난 5월에 이뤄진 전체 모기지대출금 규모는 182억파운드로 전년동월대비 14%나 증가했다. 5월 기준으로는 237억파운드를 기록했던 2008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영국의 총 모기지 대출금 규모는 2203억파운드로 전년대비 8% 늘었다.
영국중앙은행(BOE)도 지난 5일 반기 금융안전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BTL 모기지가 주택시장 전체의 충격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에서는 주택이 가계 자산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주택가격 하락은 소비경기에도 치명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WSJ는 진짜 위기는 연립주택·아파트 등에서 개인들의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이라며 이 경우 영국 부동산 시장 호황은 끝났고 상황이 더욱 심각해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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