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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미르 사골 "아름다운 보도사진은 '진실'을 찍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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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사진전 위해 방한한 베이징 수석사진기자

다미르 사골 "아름다운 보도사진은 '진실'을 찍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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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좋은 사진과 좋은 보도사진은 다르다. 좋은 사진은 보는 사람이 기분좋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좋은 보도사진은 '두 개의 의자'에 걸터 앉는 것과 같다. 정확성ㆍ공정성ㆍ연관성 등 뉴스의 속성은 물론 아름다움을 갖춰야 한다. 보도사진에 있어서 아름다움이란 곧 진실을 말한다."

다미르 사골 로이터통신 중국 베이징 주재 기자(45)의 말이다. '로이터 사진전'을 위해 한국에 온 그를 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사골은 "보도사진은 고통을 미화하거나 극화해 표현해선 안 된다"며 "현실 그대로 균형있게 보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로이터 통신은 디지털 작업이 활발한 지금도 색감 보정이나 자르기 등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골은 1971년 사라예보에서 태어났다. 러시아 모스크바 전력 엔지니어링 대학에서 공부했지만 보스니아 내전(1992~1995년)에 참전한 뒤 사진기자로 일했다. 1995년 프랑스 파리의 시파 프레스 통신에 입사했고 1997년부터는 로이터 통신에서 일하고 있다. 주로 분쟁 지역의 사진을 찍으며 20년 넘게 사진 기자로 살아왔다.

사골은 "보스니아에서 벌어진 잔혹한 전쟁은 내 삶을 흔들어놨다. 극적 상황에 내몰렸고 전쟁은 늘 나를 몰아쳤다. 전쟁을 경험한 사진기자와 그렇지 않은 사진기자가 전쟁을 대하는 시선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나 역시 희생자이기에 카메라 너머의 사람들이 어떤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갈지, 어떤 기분일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사골은 객관적 시선으로 사진을 찍으려 애쓴다고 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보는 로이터에서 일하면서부터 더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 매 순간 진실은 무엇인지, 조정되거나 연출된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다미르 사골 "아름다운 보도사진은 '진실'을 찍은 것"


이번 전시회는 로이터 통신 사진기자들의 사진 450여 점을 선보인다. 분쟁 지역 사진 외에도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등 오랫동안 세상의 드라마를 기록해온 로이터의 이야기가 담겼다.


이중에는 사골의 2012년 세계보도사진전 수상작인 '북한'도 있다. 그는 평양의 어두운 새벽 풍경 사이에서 밝게 빛나는 김일성 초상화를 렌즈에 담았다. 사골은 2011년 10월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의사들과 함께 북한의 홍수 피해를 취재하기 위해 평양과 남부 지방을 다녀왔다. 사골은 "내가 가본 어느 곳과도 달랐다. 촬영 시간과 공간에 있어 제한이 많았기에 많이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이번 전시회 사진 중 2008년 퓰리처상 수상작이기도 한 동료 기자 아드리스 라티프의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사진은 미얀마 반정부 시위를 취재하던 중 정부군의 총에 맞아 숨진 AFP통신 나가이 겐지 기자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카메라를 놓지 않는 나가이의 모습이 생생하다. 사골은 "이 사진이 아니었다면 대중은 미얀마의 상황이 그렇게 잔혹한지 절대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시대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며 사진기자는 물론 언론 자체가 큰 위기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있다. 사골은 사진기자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사진가와 언론인 중 언론인에 더 큰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술은 누구든지 대체할 수 있지만 기자로서의 보도 윤리는 일반인이 갖추지 못한 요소"라며 "사진을 저널리즘의 도구로서 사용하라"고 했다.


사골은 유럽이나 북미 지역이 아닌 한국에서 로이터의 대규모 사진전이 열리는 데 대해 감사했다. "나는 신문이나 웹으로 내 사진을 보는 사람들을 위해 셔터를 누른다. 내가 그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면, 그들이 잠시 멈춰 뉴스를 읽을 수 있다면 나는 행복하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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