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가능성 낮아 '의료광고'로 보기 어려워…블로그에 허위약력 게재는 처벌 가능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미국 치주과학회 정회원.' 지방에서 치과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이모씨는 자신의 약력을 담은 '유리 액자'를 걸어놓았다.
이 액자는 진료대기실에 걸려 있었다. 이곳을 찾는 환자들은 이씨의 '화려한 경력'을 사실이라고 믿었겠지만, '허위 약력'이었다. 이씨는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1심은 벌금 300만원의 유죄를 선고했다. 1심은 "의료인의 약력은 의료인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에 관한 사항이 되어 소비자의 선택을 유인하는 광고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판시했다.
2심은 이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씨는 허위약력 게재에 따른 형사처벌을 받을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박병대)는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의사는 허위약력을 담은 액자를 진료대기실에 걸어놓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이씨에게 적용된 의료법 위반(의료광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거짓 표시행위에 해당함은 별론으로 하고, 의료법 제56조 제3항의 거짓 의료광고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약력서는 의원을 방문한 사람만 볼 수 있어 그 전파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피고인의 경력을 널리 알리는 행위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의사가 신문, 잡지, 방송 등을 통해 허위 경력을 알릴 경우 허위 의료광고에 따른 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 이씨 사례는 이와 다르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법원은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미국 볼티모어 존스홉킨스 류머티스병원 교환과정을 수료했다"는 내용의 허위약력이 담긴 명패 사진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던 의사 박모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심은 "(블로그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취득, 전달 등이 더욱 늘어나고 일반화된 현대 사회에서 일반적인 오프라인 광고보다 오히려 광고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면서 벌금 100만원을 확정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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