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1년 8개월간 자체 금품수수 적발 건수 1건...실효성 논란에 서울시 "기강 단속 효과 높다" 반박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공무원 금품 수수가 있는데 안 잡는 거냐, 없어서 못 잡는 거냐?"
시행 2년째를 맞이한 이른바 '박원순법'을 놓고 '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큰 소리는 쳤지만 실제 징계 실적은 거의 없고 공무원 청렴도도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시는 전반적인 공무원 비리가 대폭 줄었고, 금품수수 자진신고도 늘어나는 등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5일 시에 따르면, 업무와 관련이 없더라도 단돈 1000원만 받아도 강력히 징계한다는 '박원순법'(서울시 공무원행동강령)이 2014년 10월부터 시행돼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시가 자체적으로 금품수수를 적발해 징계한 실적은 단 1건에 그치고 있다.
2014년 10월 시 감사관실(현 감사위원회) 암행감찰반이 5급 공무원 A씨의 30만원 수수를 적발해 징계한 게 1년 8개월간 유일한 실적이다. A씨는 당시 강남의 한 호텔에서 직무 관련 업계 관계자로부터 현금 30만원을 받는 장면이 적발돼 강등 및 징계부가금 12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이 건도 현재 A씨가 '수동적' 금품 수수인데 징계가 과하다며 이의를 제기해 서울시소청심사위원회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밖에 '박원순법'이 적용된 사례는 2건이 더 있지만 '삼청각 갑질 식사' 사건, 송파구 B국장 건설업체 금품 수수 사건 등 외부에서 적발된 사건들이었다. 그나마 송파구 B국장 사건의 경우 서울시의 강등 처분이 지난 4월28일 대법원에 의해 '과도한 처벌'이라며 취소 판결을 받는 바람에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의 공무원 청렴도는 전국 17개 시ㆍ도 중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조사에서 시는 7.06점을 받아 13위에 그쳤다. 2014년에도 6.85점으로 14위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러자 시 안팎에선 자체 감사 기능이 비정상 상태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지방자치 감사 전문가는 "손이 안으로 굽는 공무원들에게 감사를 맡기면 효과가 없다. 선언과 규정보다는 특단의 대책이 더 필요하다"며 "일부 자치구의 옴부즈만제도처럼 시의회의 동의를 받은 전문성ㆍ경력을 갖춘 시민감사관이 시장과 감사관까지 감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등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시스템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는 박원순법이 공무원 내부 청렴도 향상에 상당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강력히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시에 따르면 박원순법 시행 후 1년간 금품수수ㆍ음주운전ㆍ성범죄ㆍ복무위반ㆍ폭행 등 공무원 비위는 73건에서 50건으로 32% 감소했고, 공무원의 금품 수수 자진신고 접수도 82건에서 124건으로 51%나 급증했다.
시 감사위원회 관계자는 "외부 청렴도 평가는 불친절 등 다른 요소가 섞여 있어서 그대로 결과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며 "앞으로도 부패에 무관용한다는 원칙을 그대로 유지해 청렴한 공직 사회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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