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으로 메달 뺏긴 4년 전보다 기량 성숙
에페 개인전·단체전서 에이스 역할 기대
"리우에선 환호하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펜싱 여자 에페 국가대표 신아람(30·계룡시청)은 4년 전보다 강해졌다. 두 번째 올림픽 무대인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상처와 좌절이 아닌 기쁨의 눈물을 기대한다.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이 끝나고 정신적으로 성숙해진 기분이다. 기량도 4년 전보다 올라왔다. 이번에는 경기장에서 환호하는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조종형 펜싱 대표팀 총감독(55)의 걱정거리는 선수들의 실력부족이 아니다. 국제 펜싱계를 주름잡는 유럽의 텃세와 심판 판정이다. 그래서 목표를 책정할 때 역대 최고성적을 낸 런던 대회(금 2개·은 1개·동 3개)를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 메달 색깔에 관계없이 두 개만 따내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조 총감독은 "우리 대표팀이 각종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자 유럽에서 이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경기 중 예기치 않은 경고를 받거나 공격이 성공해도 득점이 인정되지 않는 등 판정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했다. 국제펜싱연맹(FIE) 회장이 러시아의 알리셰르 우스마노프(63)라는 점도 꺼림칙하다.
펜싱은 개인전에서 경기당 두 차례, 단체전은 라운드당 한 차례씩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가 워낙 빠르고, 동시에 유효 공격이 성공하는 경우도 많아 세밀한 판정에는 심판진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대표팀이 오심 등 변수에 대처하기 위해 내세운 전략은 심리 강화다. 주기적으로 외부 전문가를 만나 심리 상담을 하며 돌발 상황에 맞설 훈련을 한다.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강한 체력 훈련도 병행한다. 조 총감독은 "주심이 실수나 고의로 오판을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제 실력을 발휘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합동으로 오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도 교육한다.
신아람은 모든 우려를 담담히 받아들인다. "오심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항상 염두에 두고 대처할 부분과 감내할 상황을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그림자처럼 자신을 따라다니는 '오심 논란'도 떨쳐내고 싶어 한다. 그는 첫 올림픽인 런던 대회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땄으나 국내 팬들은 브리타 하이데만(34·독일)과의 개인전 준결승에서 나온 '1초 오심'으로 메달을 놓친 장면만 기억한다. 펜싱경기대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린 모습만 부각됐다. 지난 4년은 이 악몽을 이겨내기 위한 싸움이었다. 대신 그의 판정 논란을 계기로 국제대회에서 초 단위로 계측하던 경기 시간을 100분의 1초로 세분화하는 등 변화를 이끌어냈다.
그는 경험과 실력이 무르익은 리우올림픽에서 성숙한 결과를 기대한다. 전략도 바꿨다. 빠른 발동작으로 승부했던 런던 대회와 달리 손목과 팔꿈치 관절을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고 허점을 노려 반격하는 훈련에 집중한다. 심재성 여자 에페 코치(50)는 "많이 움직이면서 치고 빠지는 기술은 이미 노출이 됐다. 힘으로 몰아치는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면서도 밀리지 않아야 승산이 있다. 칼로 겨루는 '진검승부'가 중요하다"고 했다.
신아람은 개인전과 단체전에 나가 메달에 도전한다. FIE 여자 에페 랭킹 11위로 우리 선수들 중 순위가 제일 높아 선수 네 명이 짝을 이뤄 경기하는 단체전에서도 에이스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주요 종합대회에서 인연이 없었던 금메달까지 기대한다. 그는 "큰 무대에서 메달 경쟁을 하는 짜릿함을 다시 느끼고 싶다"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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