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직장에 들어갈 수 있을까. 직장에서 짤리면 어떡하지. 준비 중인 시험에 떨어지면? 마음 같으면 세계일주도 하고 창업도 해보고 싶지만, 창업했다 망하기라도 하면? 세계일주 후에 돌아갈 직장이 없으면? 패가망신하고 노숙자 되는 건 아닐까. 사람들은 나를 비웃겠지?
제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바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나요.'입니다. 꿈꿔 왔던 일에 도전하고 싶지만 행여나 실패해서 재기불능이 되는 최악의 상황이 올까봐 두렵거든요. 그건 당신이 나약해서가 아니에요. 우리 인류가 원시시대에 야생동물의 습격이나 천재지변, 전쟁과 같은 위기상황을 빨리 감지해야 살아남을 확률이 높았으니 부정적인 신호를 재빨리 포착하게끔 진화된 거죠.
하지만 그거 아세요?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최악의 상황'을 겪더라도 1~2년 후에는 회복이 된다는 사실. 바닥을 쳐보니 알겠더라구요. 생각보다 바닥이 깊지 않고, 한 번 바닥을 치면 탄력을 받아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것. 그런데 그 바닥이 얕은지도 모르고 겁만 먹는다면 수면에서 허우적대다 지쳐버려요.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내가 최악의 상황을 맞는다 할지라도, 스스로 노숙자나 폐인이 될 때까지 내버려 둘 것인가. 아니요. 어떻게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거고 회복탄력성을 발휘할 거에요. 그러니 막연히 불안해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시나리오를 써보면 어떨까요.
5년 전 저는 영국 런던에서 남부럽지 않은 직장을 다니며 억대 연봉을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계일주와 다큐제작이라는 꿈에 도전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기로 했지요. '부모님 집 사 드리기'라는 꿈을 이룬 지 얼마 되지 않아 빚까지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최선과 최악의 시나리오를 써 봤습니다. 건강히 여행을 마친다는 전제하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갈 직장이 없는 채로 빈털털이가 되는 것이었죠. 그래서 재취업에 실패할 경우까지 염두에 두고 영어강사, 번역, 여행가이드, 바리스타, 주방 보조 등 할 수 있는 일들을 다 적어 보니 굶어 죽지 않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1~2년의 경제적 어려움에 비해 세계일주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난 경험은 평생 두고두고 도움이 될 테니 최악이 최악이 아닌거죠. 확신을 갖게 된 저는 용기 내어 도전했고 공모전에 입상해 1억을 받아 1년간 25개국에서 365명의 꿈을 인터뷰해 다큐를 제작, SBS스페셜을 통해 방영했답니다. 제가 구상한 최선의 시나리오대로 된 것이죠.
물론 모든 일이 최선의 시나리오대로 풀리지만은 않지만 상황별 시나리오가 마련돼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화로워집니다. 그래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느라 낭비되는 에너지를 아낄 수가 있지요. 예를 들어 고시공부 중이라면 붙는 경우, 떨어지는 경우 이렇게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있겠지요. 그럼 합격했을 때의 상황뿐만 아니라 합격하지 못할 경우 언제 포기할 것인지, 목표한 기한 내에 시험에 떨어질 경우 무엇을 할 것인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써 보세요. 그럼 시험에 떨어지면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닐까 전전긍긍하기보다는 자신이 결정한 데드라인까지 공부에 집중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결과를 기다릴 수 있겠지요.
그리고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실패가 두려운 것도 결국 뭔가 '잃을 것'이 있을 때인데 얼마나 잃을 게 있는지. 몇백에서 몇천만 원의 돈? 몇 달에서 몇 년의 시간? 건강을 해치거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이상 돈은 다시 벌 수 있고 살면서 한 번쯤 치열하게 도전하고 실패해 보는 경험은 마이너스가 아니라 플러스이죠. 목표했던 결과를 얻지 못할지라도 그만큼의 경험, 인맥, 통찰력, 지식 등이 남으니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요? 아니요, 실패가 두려워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불만족스러운 상태로 계속 머무르게 된다면, 언젠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진짜 '최악의 상황'이란 이렇게 아무 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상치 못하게 닥치는 법이지요. 당신이 '안정적'일거라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가장 위험한 것일지도 몰라요. 그러니 도전해 봐요. 도전의 결과는 둘 중 하나겠죠. 성공하거나 성장하는 것. 김수영 작가ㆍ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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