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미쉬콘드 "리스본 조약 50조는 의회 표결후 발동돼야"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본격화됐다.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기업들이 영국 최대 로펌 중 하나인 미쉬콘드 레이아(Mishcon de Reya)를 법정 대리인으로 내세워 소송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쉬콘드측은 의회 승인 없이는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쉬콘드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은 아예 시작 조차 못할 수 있다. 현재 영국 의회는 잔류파가 우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집권 보수당이 찬반으로 양분된 가운데 노동당은 잔류파가 우위다.
미쉬콘드의 카스라 누리치 파트너는 "브렉시트 투표 결과는 분명 EU 탈퇴를 선택한 것이지만 영국 법에 규정된 절차를 따를 필요가 있다"며 "리스본 조약 50조는 의회에서 토론과 표결 절차 없이 발동될 수 없다"고 말했다. 리스본 조약 50조는 EU를 떠나려는 회원국이 EU 이사회에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하면 그로부터 2년 내 해당 회원국과 남은 27개 회원국 간 새로운 관계를 정하는 탈퇴 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쉬콘드측 주장은 지난달 27일 영국 헌법학회 소속 법학자 세 명이 헌법학회 홈페이지에 게재한 논평과 같은 입장을 취한 것이다. 닉 바버 등 세 명의 헌법학자들은 정부가 자의적으로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면 이는 의회 권한을 침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주 보수당 소속 피터 보텀리, 녹색당 소속 캐롤라인 루카스, 북아일랜드 사회민주노동당 소속 마르크 투르칸까지 세 명의 의원도 의회에서 충분한 논의와 표결 절차를 거친 후 정부가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영국법상 국민투표 결과의 법적 효력은 없다. 영국 양대 정당인 보수당과 노동당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을 뿐이다. 특히 현 집권 보수당 정부는 향후 EU와 탈퇴 협상을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지 않은 채 차기 총리가 결정할 문제라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차기 총리로 가장 유력한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은 브렉시트 협상 개시를 내년으로 미룰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메이 장관은 영국 정부의 입장이 분명해진 다음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도 브렉시트 협상을 올해 시작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수당 대표 및 총리 선거전에 뛰어든 인사 중에서는 안드레아 리드솜 에너지부 차관, 리암 폭스 전 국방장관이 9월 새 총리가 선출된 직후 공식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내년 프랑스 대선의 유력 주자인 알랭 쥐페 전 총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영국과 브렉시트에 뒤이은 유럽 단일 시장 잔류를 위한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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