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4)의 성년후견인 지정 심리가 고비를 맞는 모습이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 사건의 심리를 맡은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김성우 판사는 오는 27일 오후 4시 4차 심문기일을 열어 신청인과 피신청인 측을 상대로 심문을 진행한다.
신 총괄회장이 자신에 대한 직접적인 정신감정을 거부하는 탓에 법원은 심리에 줄곧 애를 먹고 있다.
법원은 당초 서울대학교병원을 정신감정 기관으로 지정해 신 총괄회장의 정신감정을 진행하게 했다.
평소 진료를 받았던 기관에서 정신감정을 받게 해달라는 신 총괄회장 측 요청을 받아들인 조치였다.
서울대병원에서의 정신감정은 신 총괄회장이 지난 달 19일 입원 사흘 만에 무단 퇴원하면서 무산됐다.
법원은 같은 달 25일 심문기일 당시 신 총괄회장 측에 출장감정이나 외래감정도 고려할 수 있음을 전제로 "정신감정에 협조할 것인지에 관한 의사를 속히 밝혀달라"고 요구했으나 신 총괄회장 측은 아직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않았다.
법원은 신 총괄회장에 대한 정상적인 정신감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지난 14일자로 촉탁 업무를 맺은 국립정신건강센터에 '신 총괄회장의 정신감정을 해달라'는 내용의 촉탁서를 송달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이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등에 남은 신 총괄회장의 예전 진료기록 등을 바탕으로 정신감정을 진행 중이다.
법원은 국립정신건강센터에 정신감정을 촉탁한 지 하루 뒤인 지난 15일 롯데그룹 의무실에 신 총괄회장에 대한 그간의 의무기록을 제출하라고 명령했고 롯데그룹은 지난 23일 법원에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27일 진행될 심문기일에는 법원의 이 같은 조치에 관한 신 총괄회장 측의 입장표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법원은 신 총괄회장에게 직접적인 정신감정을 받을 의향이 있는지를 마지막으로 확인할 전망이다.
이 날 심문 결과에 따라 법원이 최근 취한 조치대로 간접적인 방식의 정신감정을 통해 후견인 지정 여부를 정할 지 윤곽이 드러날 수도 있다.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을 지정해달라는 신청은 그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씨(79)가 제기했다.
성년후견인제도는 노환이나 질병 등으로 판단력이 흐려져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워진 사람에 대해 법적인 후견인을 지정하는 절차다.
신씨는 변호인을 통해 간접적인 방법으로라도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결론을 내어 줄 것을 법원에 거듭 촉구했다.
신 총괄회장의 맏아들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62)은 아버지를 등에 업고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법원이 신 총괄회장에게 성년후견인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리면 신 전 부회장은 분쟁의 동력을 상당 부분 잃을 수밖에 없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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