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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공간 공감각시대, 공간에 예술의 장 열린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5초

프랑스 사회학자 앙리 르페브르는 “공간의 양상은 인간의 형태를 그대로 규정한다. 기성품같이 네모난 시멘트 아파트 공간 안에서는 인간의 잠재력이 평균화되고 경험이 동질화되며, 인간관계는 퇴보하고 인간성의 소외가 그대로 드러난다”고 말했다.


평면화 되고 획일화된 공간이 아니라 각자가 원하는 개성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리는 보통 시각, 청각, 촉각 등 다섯가지 감각을 가지고 있는데 감각의 종류와 그 원인이 되는 자극은 1대 1로 대응한다. 하지만 때로는 감각 영역의 경계를 넘어선 감각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공감각이라 한다. 이를테면 음악에서 색을 느끼고, 색깔에서 온도를 느끼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국내에 방영된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가 상상에서 나온 이야기이지만 ‘공감각’을 잘 표현해낸 사례라 할 수 있다. 냄새를 시각으로, 촉각을 맛으로 바꿔 설명하는 공감각은 과학자와 철학자, 예술가는 물론 대중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개성 있는 공간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공간에서 ‘공감각’이 강조되고 있다. 공간을 통해 청각, 총각, 시각 등 공감각적 요소를 강화하고, 예술 차원의 승화된 공간으로 만드는 시도가 요구되고 있다.


건축가들은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최대한의 편의와 긍정적 자극을 주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이다. 공간과 사람이 자연스럽게 동화되고 공간 속에서 공감각을 느끼고 체험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건축의 궁극의 목표라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이러한 공감각 요소가 결집된 건물들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으로 판교를 꼽는다.


판교는 첨단 IT산업의 집결지로 첨단 아이디어를 요하는 업무를 하는 전문가들이 많이 근무해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공간이 그 어디보다 필요로 한다.


판교의 업무 공간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디지털 전쟁의 전초기지이면서 직원들의 크리에이티브가 솟아 나오는 신화 속 ‘미미르(Mimir)의 샘’이라 할 수 있다.


판교에 있는 엔씨소프트 R&D센터는 설계에만 4년을 투자하는 등 공간 배치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한다. 거대한 N자를 연상시키는 이 건물은 약 8만 9,000㎡에 이르는 넓은 대지에 첨단 공법으로 지어졌다.


안랩 사옥은 ‘어떻게 하면 회사가 내 집처럼 편안해질까?’에 집중해 설계됐다고 한다. 회사 사옥은 쇼룸이 아니라 삶의 터전인 만큼 장시간 머물러도 피로하지 않은 공간으로 설계해 사무실 층고를 높이고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경감시키기 위해 밝은 컬러를 사용하는 등 ‘집’같은 공간을 조성했다.


판교의 업무 공간은 단순히 일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문화, 예술, 기술 등이 융합돼 신산업을 창출하는 창작 공간으로 진화해 거듭해 가고 있다.


피데스개발 R&D센터 김희정 소장은 “업무 목적에 따라 공감각을 극대화시키는 공간에 대한 고민이 업무공간에 이어 주거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트렌드인 '스테이케이션(stay 와 vacation의 합성어로, 집이나 집근처에서 여가시간을 보내는 현상을 의미)' 또는 '홈스케이프(hom+escape 합성어로, 현실에서 탈출하여 안식처인 집으로 피신한다는 의미)' 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본적인 주거활동인 먹고 자고, 쉬는 기능을 넘어서 창조활동에 맞는 공감각을 최적으로 이끌어 내주는 공간설계가 갈수록 중요해 질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대량공급시스템에 최적화되어있는 공동주택에서 다양한 디자인을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가변벽체, 자녀방 컬러테라피 벽지색상 선택옵션 같은 사례는 소극적인 공감각 적용으로 볼 수 있다. 소득 3만불 시대를 맞이하며 주거에도 입체적인 관점의 공감각 디자인의 적극적인 개발이 필요하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은 곧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 하는 것을 알려주는 가치관의 결정판이라고 한다. 사무실로 옮겨간 공감각 요소는 이제 집으로 본격적으로 옮겨갈 것이다. 공감각 디자인의 최종 지향점이 바로 집이다.




이용수 기자 m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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