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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수은 백화점식 혁신안…정체성 뒤죽박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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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 할 수 있는 대책 모두 긁어모아…쇄신안 붕어빵처럼 똑같아, 알맹이 없이 재탕 삼탕

산은·수은 백화점식 혁신안…정체성 뒤죽박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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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자체 혁신방안을 내놨지만 정책금융으로서 할 수 있는 대책을 모두 긁어모아 '백화점식 나열'을 하다보니 오히려 각 기관의 정체성이 뒤죽박죽돼버렸다. 두 기관의 쇄신안이 붕어빵처럼 똑같은데다 알맹이 없는 재탕 삼탕 정책이란 뒷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23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자체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부실의 늪에 빠져 한국은행과 정부로부터 12조원의 막대한 자금을 수혈받게 된 데 따른 반성문이었다. 산은은 'KDB혁신위원회' 출범, 수은은 '외부 자문단'를 출범해 조직기강을 바로세우겠다고 한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쇄신안을 꼼꼼히 뜯어보면 두 정책금융기관의 역할과 기능이 혼재돼 교통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다 쏟아내다보니 업무중복은 물론 정체성까지 비슷해져버렸다.


우선 산업은행은 6대 혁신과제 중 하나를 '중장기 미래정책금융 비전'으로 삼고 예비중견기업과 중견기업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국내금융기관의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국제금융시장 참여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대기업이나 중후장대산업 위주의 자금공급 패러다임을 벗어나 중견기업과 신성장 기업, 해외 진출 지원 등을 강화해 자금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역할은 각각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기능과 중복되는 것이다. 특히 해외PF 산업의 경우 수은과의 업무중복 문제가 지속적으로 거론돼왔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세계적으로 점유율이 5%도 안되는 상태에서 '내것 네것'을 따질 수 없다"면서 "금융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금융인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산은이 기은과 수은이 이미 하고 있는 이런 업무에 들어온다는 대책안을 내놓는 것 자체가 산은의 갈길이 애매하다는 방증"이라면서 "정책기능으로서 역할을 줄이고 상업은행으로 가서 민영화 해야 했는데 그것이 이뤄지지 않으니 이런 방안을 쇄신안이라고 내놓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수출입은행도 마찬가지다. 이번 쇄신안에서 '구조조정 전문위원회'를 신설하고 구조조정 관련 인력도 20여명 더 충원하기로 했다. 창조개혁센터와 연계해 신규강소기업 발굴에 나서고 성장유망산업 지원도 하기로 했다. 수은도 산은과 똑같이 '중후장대형' 산업에서 벗어나 유망 강소기업을 육성하겠다고 했다. 이 역시 산은과 기은의 역할과 중첩된다.


하지만 수은은 공적수출신용기관(ECAㆍExport Credit Agency)으로서 수출기업 보증이 본연의 업무로 구조조정 전문기관이 아니다. 미국 등 주요 나라의 ECA가 주로 보증이나, 해외진출의 기초 데이터가 되는 국가신용도(Country Risk) 조사 업무에 역량을 집중한다. 조선사 구조조정에 장기간 물려서 부실을 양산하는 한국수출입은행과 다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지금이야 과도기적으로 수은에 물려있는 부실이 많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구조조정 업무를 강화해야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수은이 나서서 구조조정업무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부총리가 하는 컨트롤타워에서 이런 역할을 정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혼란은 정책금융의 역할이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2013년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취임 직후 정책금융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나섰다. 산은은 온렌딩(간접대출), 기은은 중소기업 지원을 중심으로 하는 '대내금융'을 수은과 무역보험공사는 '대외금융'을 맡긴다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이후 정책금융기관들의 업무중복 문제는 제대로 교통정리 되지 않은 채 산은과 정책금융공사를 합치고 수은에 정부가 출자를 하는 선에서 봉합돼버렸다. 그러다보니 매번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맨 위에서 흙탕물이 쏟아지는데 앞마당을 빗자루로 쓴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이 아니다"면서 "국책은행들이 개별적인 쇄신안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청와대에서 정책금융기관들의 기능과 역할을 재검토하고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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