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 러시아 산불과 한국의 초미세먼지 상관관계 입증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3000㎞ 떨어진 러시아에서 산불이 발생하면 우리나라 미세먼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입증됐다. 국내 연구팀이 우리나라 초미세먼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다양한 원인 중 한 가지 원인을 과학적 방법을 통해 밝혀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 직무대행 박현민) 대기환경표준센터 정진상 박사는 '러시아 산불'에서 배출된 초미세먼지가 장거리 이동을 통해 한반도로 유입돼 우리나라 초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초미세먼지는 지름이 2.5 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먼지를 말한다. 미세먼지(10마이크로미터)보다 4분의1 정도로 작고 코털이나 기관지 섬모에서 잘 걸러지지 않아 뇌질환이나 폐·심장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피부로도 침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미세먼지는 주로 화석 연료의 연소나 농작물 잔류물, 산림 등의 바이오매스 연소에서 생성된다.
정진상 박사팀은 2014년 7월 러시아 시베리아 산림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한 이후 대전 지역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51-100 μg/m³) 수준이 된 것을 발견했다. 초미세먼지의 화학조성분석과 위성영상 분석을 통해 러시아 산불과 한반도 초미세먼지의 상관관계를 규명했다.
시베리아 산불지역 동쪽으로 발달한 저기압과 서쪽으로 발달한 고기압의 기압배치의 영향으로 산불에서 발생한 연기가 남쪽(약 3000㎞)으로 이동해 한반도에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온크로마토그래피 기법을 사용해 대전지역에서 포집된 초미세먼지의 화학조성분석을 한 결과 바이오매스 지시물질인 레보글루코산이 평상시보다 4~5배 높게 나타난 것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마노산, 칼륨 등의 정성 및 정량 분석을 통해 러시아 산불에 의한 대기 중 초미세먼지의 영향을 파악하였다.
이번 연구에서 레보글루코산과 마노산을 국내 최초로 이온크로마토그래피 기법으로 분석하는 기법을 확립, 적용했다. 이 방법은 기존 분석법과 달리 복잡한 전처리가 필요 없고 분석이 간단한 것이 특징이다. 바이오매스 연소 지시물질이란 바이오매스 연소로부터 배출되는 물질 중 다른 배출원에서는 배출되지 않는 물질을 가리키며 레보글루코산, 마노산, 갈락토산, 칼륨 등이 있다.
연구결과는 대기화학물리분야 저널인 에트머스페릭 케미스트리 앤 피직스(Atmospheric Chemistry and Physics) 6월3일자에 실렸다.
정진상 박사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생하거나 중국에서 배출된 뒤 장거리 이동을 통해 발생된 초미세먼지에만 관심을 가졌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러시아의 산불도 초미세먼지 발생의 원인이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고 앞으로 중국 북부 지역과 북한에서 발생하는 바이오매스 연소에 대한 추가 연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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