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백전불태의 비법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휴가철이 다가옵니다. 산으로 바다로, 해외로 나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생명체도 꿈틀거립니다. 인간뿐 아니라 동물, 식물, 미생물, 바이러스도 한껏 활발하게 움직이죠.
전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오는 8월 브라질에서는 '리우올림픽'이 열립니다. 브라질은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올림픽 출전선수는 물론 관람객들에게 비상이 걸렸습니다. 더 이상 감염병은 한 나라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라와 나라를 이동하기 때문에 감염병도 네트워크로 연결돼 확산 속도가 무섭습니다. 휴가철, 해외 감염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국민 한 해 동안 2000만 명 출국=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1931만430명이 출국했습니다. 올해 1~4월까지만 719만5024명이 벌써 해외로 나갔습니다.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월 별로 분석한 결과 8월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출국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4년 8월에 154만7193명, 2015년 8월에는 183만5249명이 외국으로 나갔습니다. 국외에서 유입되는 감염병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외유입 감염병은 매년 증가했습니다. 2010년 이후 약 350여명이 신고 됐고 2013년 494명, 2014년 400명이 해외 감염병에 걸렸습니다.
◆뎅기열과 말라리아 많아=그동안 유행했던 해외 감염병을 분석해 보면 자신이 방문할 국가에서는 어떤 감염병에 주의해야 할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2014년에 신고된 주요 국외유입 감염병은 뎅기열(41%), 말라리아(20%), 세균성이질(10%), 장티푸스(6%), A형간염(5%), 홍역(5%) 등의 순이었습니다.
출국자 10만 명당 감염자수를 보면 2001년~2009년까지는 1명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2001년 10만 명당 감염자수는 1.7명이었고 2009년까지 비슷한 수치를 보였습니다. 2010년에 이르러 10만 명당 2.8명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이후 2013년에 3.3명에 이르렀고 2014년에 2.5명으로 조금 낮아졌습니다.
주요 유입 국가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인도, 중국, 캄보디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이 전체의 약 81%에 이르렀습니다. 가나, 적도기니 등 아프리카 지역이 16% 정도였습니다. 해외유입으로 인한 감염병 중 뎅기열이 가장 많았습니다.
뎅기열은 주로 동남아시아(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여행하는 분들에게 많이 나타납니다. 동남아시아를 여행할 계획이 있는 분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지카 바이러스의 경우도 국내 유입 경로를 살펴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총 5명의 확진 자가 나왔습니다. 1명은 브라질에서, 나머지 4명은 필리핀(3명)과 베트남(1명)에서 감염됐습니다. 남미와 동남아시아에서 여름휴가 계획이 있는 분들은 지카 바이러스를 조심해야 합니다.
◆감염병 주요 유입경로=2010년부터 2014년까지 주요 해외 감염병 유입경로를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장티푸스의 경우 필리핀과 태국 등에서 많이 감염됐습니다. 세균성이질은 인도, 캄포디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여행할 때 조심해야 합니다. A형간염은 필리핀과 중국 등에서 많이 발생했습니다. 말라리아는 적도기니, 모잠비크, 가나 등을 방문할 때 주의해야 합니다. 뎅기열은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스리랑카, 베트남에서 자주 나타났습니다. 해당 국가를 방문할 때는 특정 감염병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여름철 모기매개 감염병 비상=동남아시아와 남미는 더운 지역입니다. 모기에 의한 감염병을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모기매개 감염병은 백신과 치료제가 거의 없어 더욱 위험합니다. 황열과 뎅기열은 환자의 체액으로도 감염이 가능합니다. 지카 바이러스의 경우 성관계로 감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성관계를 할 때 콘돔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형민 질병관리본부 보건연구관은 "황열과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의 경우 치료제가 아직 없다"며 "이 같은 모기매개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해외 감염병 특징= 해외에서 유입된 감염병 환자의 일반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 성별로는 남성 57.3%, 여성 42.7%였습니다. 연령별로는 20-29세가 34.9%로 가장 많았습니다. 직업별로는 학생이 22.7%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월별 해외 유입 감염병 환자 유입 빈도를 분석한 결과 6월부터 8월까지 환자 수가 증가했습니다. 특히 8월에 환자 수(18.4%)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로는 6월에는 뎅기열 환자가 전체 환자 중 25.5%로 가장 많았고 7월에 세균성이질(34.9%), 8월에도 세균성이질(40.5%) 환자가 가장 많이 유입됐습니다.
조은희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장은 "해마다 해외 유입 감염병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감염병 별로는 뎅기열, 세균성이질, 말라리아 환자 유입 순으로 나타났다"며 "아시아 대륙 국가에서 해외 유입 감염병 환자가 많았고 주로 6~8월에 환자 유입 수가 증가하는 특징을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감염병에 대처하는 첫 번째 자세는 정확한 정보를 아는 데 있다.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으면 감염병으로부터 위태롭지 않다. 여행 전에 해외여행질병정보센터 홈페이지(http://travelinfo.cdc.go.kr)나 '질병관리본부 mini' 앱을 내려 받아 각종 감염병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백전붙태'의 첫 번째 방법이다.
정보를 확인했다면 예방접종과 예방약을 먹어야 한다. 황열과 장티푸스, A형간염은 예방접종이 가능하다. 말라리아는 예방약을 복용하면 된다. 관련 예방접종은 국립검역소(13개소) 등에서 가능하다.
콜레라, 장티푸스, 세균성이질, A형간염 등 수인성 전염병 예방요령은 간단하다. 자주 손을 씻는 것이 중요하다. 끓인 음료수나 병과 캔에 든 안전한 음료수를 마셔야 한다. 익힌 음식물을 섭취하고 과일 등도 껍질을 벗기고 먹는 것이 좋다. 위생처리가 불결하거나 의심되는 길거리 음식 등은 절대로 먹지 않아야 한다.
황열, 말라리아, 지카 바이러스 등 모개매개 감염병 예방수칙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여행 전과 여행 중, 여행 후로 나눠 살펴봐야 한다. 여행 전에는 모기 기피수단(피부노출을 최소화 하는 긴 옷, 항공기 등에 탑재 가능한 기피제, 체류기간·체류장소에 따라 적절한 모기장 등)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여행하는 지역에 가까운 의료기관을 미리 찾아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여행 중에는 해질녘에서 새벽시간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실내에서 잘 때 가급적 창문을 닫도록 한다. 풀숲이나 웅덩이 주변은 되도록 가지 말아야 한다.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고 야외에서 잠을 잘 때는 반드시 모기장을 이용해야 한다. 여행 중에 감염병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가까운 병의원을 찾아 진료 받아야 한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2주 이내에 고열(37.5도 이상), 발진, 두통, 관절통 등 의심 증상이 생기면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는 담당 의사에게 반드시 자신이 어느 곳을 여행하고 왔는지를 알려야 한다. 여름철 안전한 여행과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수칙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각종 질병으로부터 벗어나는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의 첫 걸음이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