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우올림픽용 추가 이모티콘에서 '총기' 제외돼
- 애플, MS, 구글 등 거대 IT기업들 흔쾌히 찬성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미국 올랜도 총기사고에 이어 영국에서도 현직 의원이 총격을 당해 숨진 사고가 일어난 가운데 올해 추가되는 이모티콘(emoticon)에서 총기과 관련된 이미지가 제외됐다.
17일(현지시간)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더버지는 지난달 열린 유니코드 협회(Unicode Consortium)의 분기별 회의에서 애플의 주도로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이모지(emoji)는 그림을 뜻하는 일본어 '에(?)'와 문자를 뜻하는 '모지(文字)'의 합성어로 그림문자를 뜻한다. 한국에서는 흔히 이모티콘으로 통용되지만, 엄밀히는 기호와 문자의 조합인 이모티콘과 다른 개념이다.
이모지는 여러 언어와 기호를 서로 다른 운영체제(OS)에서 통일된 방식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유니코드 협회에서 승인 받고 통용된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거대 IT기업들이 유니코드 협회의 주요 회원이다.
지난달 열린 유니코드 협회의 분기별 회의에서 올해 새롭게 추가될 이모지 목록 중 소총 모양의 이모지를 제외하는 안건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애플은 "이미 '권총' 이모지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총기 모양 이모지를 추가할 이유 전혀 없다"며 강력히 반대 의사를 밝혔으며, 구글과 MS도 기꺼이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총 모양의 이모지는 올해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사격경기를 겨냥해 만든 이모지다. 그 외에도 리우 올림픽의 여러 경기 종목을 표현하기 위해 메달, 펜싱, 체조 등 다양한 이모지가 추가될 예정이었다.
영국의 총기 규제 단체들은 유니코드 협회가 총기와 관련된 이모지를 삭제해야 한다는 비판을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했다. 하지만 마크 데이비스(Mark Davis) 유니코드 협회장은 지난해 10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사격과 같은 올림픽 경기를 표현할 이모지가 필요하다"라고 말하는 등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데이비스 협회장도 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영향력과 유니코드 협회의 투표권을 모두 가진 애플을 무시하지 못했다. MS등 다른 거대 IT기업들도 애플에 동조하자 데이비스 협회장은 끝내 이를 받아들였다.
이번 결정에 따라 소총 외에도 근대 5종 경기(수영, 사격, 육상, 승마, 펜싱 등 다섯 가지 종목에서 기량을 겨뤄 종합점수를 다투는 경기)를 위한 '권총 든 사람' 모양의 이모지 등 총기와 관련된 모든 이모지가 제외된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