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29ㆍFC바르셀로나)는 미국에서 열리는 2016 코파아메리카 센테나리오(4~27일) 기간에 면도를 하지 않는다. 축구팬들과 스포츠 전문매체 'ESPN' 등 미디어에서는 메시의 달라진 외모에 큰 관심을 보인다. 그의 별명 '축구의 신(神)'에 빗대 "아르헨티나 대표팀에는 제우스가 산다"고 했다.
메시가 턱수염을 기른 이유는 대회 우승을 위해서다. 그는 "아마 내가 면도를 하면 대표팀 동료들이 날 죽이려 할 것"이라며 웃었다. 그가 수염을 깎지 않는 것이 정상에 오르기 위한 의식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메시는 지난 4월 14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이 끝난 뒤 두 달째 수염을 깎지 않았다. 선한 이미지를 바꿔보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동료 마르코스 로호(26ㆍ맨유)는 "메시가 니콜라스 오타멘디(28ㆍ맨시티)를 따라하고 있다"고 했다. 오타멘디도 같은 대표팀 동료로 수염이 많이 났다. 그는 2015년 8월 20일 맨시티로 이적하면서 수염을 길렀다. 거칠고 강하다는 프리미어리그 공격수들과의 기 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였다. 오타멘디는 "턱수염이 내 얼굴을 훨씬 공격적인 인상으로 만든다"고 했다.
메시도 같은 이유로 수염이 필요했다. 그는 개인기가 좋아 상대팀 수비수들에게 요주의 인물이다. 늘 거친 태클과 몸싸움에 노출된다. 부상 위험도 크다. 메시는 수염을 길러 강해 보여야 한다는 오타멘디의 권유에 솔깃했다.
효과는 코파아메리카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턱수염 덕분인지 경기가 잘 풀린다. 11일 파나마와 예선 2차전(아르헨티나 5-0승)에 후반 16분 교체 출전해 해트트릭을 했다.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 세 경기를 모두 이기고 D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19일 베네수엘라와 4강 진출을 다툰다.
아르헨티나는 1993년 대회 때 열네 번째 우승을 하고 22년 동안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메시도 코파아메리카 우승을 염원한다. 이 대회에 세 번(2007ㆍ2011ㆍ2015년) 나가 준우승만 두 번(2007ㆍ2015년)했다. 클럽 팀(FC바르셀로나)에서 정규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 주요 대회를 제패했지만 아르헨티나 대표로는 우승 경험이 없다.
턱수염이 오랜 징크스를 깰 수 있을까. 헤라르도 마르티노 아르헨티나 감독(54)은 "메시가 턱수염을 기른 후부터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선 것 같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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