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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롯데] 찾아라vs감춰라, 증거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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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비자금 조성 의혹을 입증할 단서를 찾으려는 검찰과 이를 숨기려는 롯데그룹의 신경전이 한창이다. 이와 관련 압수수색에 앞서 검찰 수사 정보가 새나갔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지난 10일 1차 압수수색과 14일 2차 압수수색을 통해 호텔롯데·롯데쇼핑 등 계열사 16곳과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등 그룹 주요 임원들의 사무실·주거지 등 총 32곳에서 1톤 트럭 십수대 분량의 압수물을 확보했다.

검찰은 계좌추적, 압수물 분석을 병행하며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 관계자 및 핵심 계열사 재무담당 임직원들을 연일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특히 계열사를 동원해 조성된 총수일가 자금을 관리해 온 정책본부 산하 비서실 핵심 관계자들의 경우 지난 11일 주거지 압수수색 이후 매일같이 불려와 조사받고 있다. 검찰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개인금고 안에 있던 돈다발과 장부, 그룹 심장부인 롯데호텔 33층 비서실 내 비밀공간 속 금전출납장부 등을 찾아낼 수 있었던 주요 단서다.


검찰은 실무자급 조사와 압수물 분석을 병행하며 소환 조사가 필요한 핵심 관계자들을 선별하는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준비·집행으로 사실상 수사가 제대로 이뤄진 날은 12일 하루였다”면서 “수주에 걸쳐 압수물을 분석한 뒤 범죄 혐의 윤곽을 토대로 핵심 관계자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올해 초부터 장기간 내사에 걸쳐 대량의 압수물을 확보한 만큼 롯데그룹 임직원의 ‘입’에 의존하는 수사는 지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핵심 관계자를 추궁할 단서를 확보하고 분석하는 작업은 녹록치 않은 모양새다.

검찰은 1·2차 압수수색에서 롯데건설·롯데칠성음료·롯데상사·우리홈쇼핑(롯데홈쇼핑) 등 주요 계열사 대여섯 곳에서 조직적인 증거은폐·인멸이 진행된 정황을 확인했다. 수사진이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착수하기 직전 차량을 통해 자료를 빼돌리다 적발되거나, 주요 임원 사무실의 서랍·금고가 텅 빈 채 발견되기도 했다고 한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검찰 공개수사 착수에 앞서 자료삭제프로그램(WPM)을 이용해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전산자료를 삭제하고, 중요한 문서의 경우 사본 형태로 임직원 주거지나 물류창고 등에 은닉한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의 대대적인 1차 압수수색 바로 전날 신격호 총괄회장이 고열 등을 이유로 입원하거나,문제 계열사의 선제적 대응 등을 감안하면 수사 보안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 측이 검찰 수사를 예견할 경로는 다양하다. 당장 이달 초 ‘정운호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는 신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관련 호텔롯데 면세사업부가 압수수색 대상에 올랐고, 수개월에 거쳐 이번 수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감사원·국세청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는 과정도 있었다. 검찰 안팎 유출 근원지를 특정하기 난해하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그룹에서 조직적인 증거인멸이 이뤄지고 있다는 첩보가 계속 들어와 전격적인 공개수사에 나섰던 것”이라면서 “횡령·배임 등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밝히는 것이 본류지만 심각한 증거인멸의 경우 수사방해 차원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는 작업도 검찰이 기대한 것만큼 속도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종이서류 등 현물로 확보한 압수물을 제외하면 내부 기안·보고·결재 서류 등 기업수사 핵심 증거 대다수는 전산망이나 개별 PC 등에서 확보한 전산자료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 이후 디지털증거 확보·분석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졌고, 다른 수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도 일일이 영장을 새로 받아야하는 등 절차적 제한이 많이 늘어나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작년 7월 컴퓨터 하드디스크·USB 등 디지털 저장매체에 담긴 자료 가운데 영장 혐의와 무관한 자료를 당사자 동의 없이 추출하지 못하도록 하고, 절차 전반에 압수수색 대상자가 참여하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한국 롯데 지배구조의 최정점이 결국 일본 롯데로 이어지는 만큼 자료 확보 범위가 국내에 국한되지 않을 수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일본기업을 통해 지배권을 갖고 있다는 건 공지의 사실”이라면서 “검찰이 ‘국부유출’같은 가치지향적 판단을 내리는 곳은 아니지만, 범죄혐의 입증을 위해 필요하다면 일본 롯데의 자산·자본거래 내역도 제출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수일가 소유 해외 소재 페이퍼컴퍼니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계열사 간 지분·자산 거래 과정에 총수일가·대주주를 끼워넣어 비자금이 조성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외국과 형사사법공조를 취한 적은 없지만,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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