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재단 설립 필요성 인정" vs 시민단체 "기존 유관기관과 기능 중복 지적, 재단설립 반대"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인천복지재단을 설립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인천시와 시민단체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행정자치부가 '협의 검토의견'을 내놨지만 오히려 논란만 가열되고 있다.
인천시는 행자부가 사실상 찬성 의견이라며 "인천복지재단 설립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판단한 반면 시민사회단체들은 "시의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는 지난 2월 행자부에 인천복지재단 설립 타당성에 대해 협의를 요청, 최근 검토의견을 통보받았다.
지방자치단체가 출자·출연하는 기관을 설립하려면 조례 제정 절차를 밟기 전에 광역단체는 행자부와 협의를 거치도록 관련법에 규정돼있다.
행자부는 검토의견에서 "신설 재단이 수행하려는 기능 중 교육 기능은 인천시·인천사회복지협의회와 기능이 중복되고 모금 기능은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중복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재단을 설립하면 인천시 업무 경감에 따른 공무원 정원 감축이 필요하고 재단 운영 비용에 대한 경제적 타당성 분석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행자부는 "평가·인증, 연구·조사 등 타 기관과 중복되지 않는 기능 위주로 사업을 수행하고, 향후 복지재단을 설립하는 단계별 추진방안도 검토해볼 만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는 "'행자부가 복지재단 설립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며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재단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는 "행자부 역시 인천시가 지원하는 수많은 복지시설 및 복지사업의 효율적 집행과 사업간 연계 강화를 위해 '평가·인증 및 연구·조사 기능' 등의 부분에 있어 재단 설립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다만 행자부 제안대로 우선은 인천발전연구원에 지역사회보장센터를 두고 연구·조사 기능 위주로 사업을 하면서 인천복지재단 설립을 준비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센터는 복지재단 태동을 위한 준비단계로, 시 파견 공무원과 인발연 연구위원 등으로 당장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는 애초 내년 상반기가 목표였던 복지재단 설립 시기를 늦춰 하반기에 출범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복지재단 설립을 위해 사회복지지금 30억원을 출연하고 매년 10억원의 운영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재단은 정책연구팀·복지사업팀·행정지원팀 등 3개 팀에 파견 공무원을 포함 15명 안팎으로 꾸려진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는 인천시가 행자부의 검토의견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복지재단 설립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인천평화복지연대와 인천참여예산센터는 "행자부의 검토 의견은 우리가 지적했던대로 복지관련 유관 기관과 기능 중복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는 인천시의 재정위기 상황에서 복지예산의 효율적 집행효과를 고려해 봤을 때 재단설립의 시기로 적절하지 않다는 시민사회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또 "행자부가 권고한 평가인증 및 연구·조사 기능은 기존에 인천시가 추진했던 복지재단의 필요성과 목적 중 매우 제한된 기능일 뿐"이라며 "'복지재단'이라는 새로운 조직의 설립보다는 인천시의 복지정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팀'의 신설 또는 '과'의 격상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인천시가 열악한 재정상황과 공공기관 통폐합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채 기존 복지기관들과 기능이 중복되는 출연기관을 새로 만들려고 한다며 복지재단 설립을 반대해왔다.
반면 시는 한해 복지예산만 2조2000억원으로 막대한 예산집행과 늘어나는 사회복지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지역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전문적·체계적으로 연구, 정책개발을 위해서는 인천복지재단 설립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복지재단은 현재 서울, 부산, 대전 등 7개 시·도에서 운영중이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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