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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 미로①]분노의 걸작 '추수하는 사람'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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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게르니카'에 맞먹는 '항쟁의 풍경'…파리박람회 이후 실종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1937년 파리 만국박람회의 스페인관에 미술사에 길이 남을 대작 두 점이 전시됐다. 이 작품들은 당시 내전이 진행 중이던 스페인의 실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나는 너무나 유명한 파블로 피카소의 '게르니카'다. 그해 바스크 지방 중심 도시 게르니카에서 벌어진 독일군의 폭격을 고발한 이 작품은 현재 마드리드의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에 있다. 그곳에서 여전히 전쟁의 참상과 그 과정에 이뤄진 양민 학살의 비극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게르니카의 맞은편에는 2층 높이의 또 하나의 대작이 걸렸다. 스페인의 국민화가 호안 미로가 그린 벽화 '추수하는 사람(The Reaper)'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게르니카'의 라이벌이라고 불러도 좋을 이 그림을 지금은 흑백의 사진으로만 볼 수 있다. 박람회가 끝난 뒤 이 작품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이 대작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호안 미로①]분노의 걸작 '추수하는 사람'미스터리 '추수하는 사람'을 그리는 호안 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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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3년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난 호안 미로는 카탈루냐 지방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카탈루냐의 풍경은 그의 작품의 주요 소재가 됐고 카탈루냐의 역사는 그의 붓끝에서 살아 움직였다. 현재도 독립을 추진하고 있는 카탈루냐는 스페인 내전 당시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군부 쿠데타에 맞서 공화국 정부의 편에 섰다. 스페인 내전에 공화파의 의용군으로 참전한 조지 오웰의 '카탈루냐 찬가'는 이 역사를 잘 알려준다.

스페인 내전의 한 가운데서 피카소가 프랑코를 돕기 위한 히틀러의 게르니카 공습을 고발한 것처럼 미로도 자신의 고향 카탈루냐의 민중들이 파시즘에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을 작품으로 표현해 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 그 고민의 산물로 나온 것이 '추수하는 사람'이었다. 미로는 낫을 든 카탈루냐의 농부를 그렸다. 추수하는 사람을 스페인어로는 'Segador'라고 한다. 카탈루냐를 상징하는 노래 '엘스 세가도르(Els Segadors)'와 이 작품은 무관하지 않다. 세가도르는 원래 추수하는 사람이지만 낫을 들고 싸우는 민병을 뜻하기도 한다.


미로는 '이것이 내 꿈의 색이다'라는 책을 통해 이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항거하는 카탈루냐 농부를 나타냅니다. 농부는 밀을 베는 낫을 손에 들고 있습니다. (중략) 내전이 벌어지는 동안 이 그림을 그리면서 나는 카탈루냐 농부들의 항거를 표현하기를 원했지만 카탈루냐는 이 그림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들이 이 그림을 볼 수 있도록 바르셀로나로 가져가야 했는데 말이죠.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이 그림을 보고 마침내 우리의 과거 역사에 대해 알아야 했습니다."


[호안 미로①]분노의 걸작 '추수하는 사람'미스터리 '추수하는 사람'


미로의 바람에도 카탈루냐는 이 그림을 보지 못했다. 파리 만국박람회가 끝난 뒤 이 작품은 발렌시아에 있던 공화국 정부의 문화부 장관 앞으로 발송됐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후의 행방은 확실하지 않다. 박람회에서 스페인관을 만들었던 건축가 호세르 루이스 세르트는 벽화를 포장할 때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운송 중 파손됐을 것으로 미뤄 짐작하고 있을 뿐이다. 파리의 스페인 대사관에 보관될 때 벽화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여하튼 미로의 작품은 사라졌고 지금은 파리 만국박람회 전시 당시의 사진만 남아 있다. 하지만 작품이 사라졌다고 해서 미로가 이 그림에 담고자 했던, 불의에 항거했던 카탈루냐의 정신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쉬워하기도 이르다. '범세계적인 카탈루냐인'을 꿈꾸던 미로는 말년 마요르카섬에서 창작열을 불태웠다. 마요르카에 있는 미로의 아틀리에는 파리 만국박람회 스페인관을 디자인 했던 세르트가 설계했다. 이 시기의 작품들을 오는 26일부터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특별전에서 감상할 수 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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