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참사로 기록된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게이 나이트클럽 총기 난사 사건을 둘러싸고 정치권도 요동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을 테러·증오 행위로 규정하며 이에 맞선 미국의 단합과 총기 규제 필요성을 역설했다. 반면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과격한 무슬림 신자들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전면 비판하는 등 이번 사건이 미 대선 판도에도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 이번 사건이 테러 행위이자 증오 행위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두려움에 굴복하거나 서로 반복하지 않을 것이며 그 대신 미국을 위협하는 자들에 맞서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합치자”고 주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총격사건을 계기로 총기 규제 강화가 더욱 강력하게 추진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학교나 예배 공간, 극장, 나이트클럽에서 총을 쏠 수 있는 무기를 손에 넣는게 얼마나 쉬운지 이번 사건이 더욱 일깨워주었다”면서 “이게 우리가 원하는 나라인지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오바마의 대통령과 비슷한 기조위에서 입장을 밝혔다. 클린턴 전 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총기 사건은 테러 행위”라고 규정한 뒤 "미국은유사한 공격을 막기위해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특히 이번 테러 공격의 대상이된 ‘LGBT(레즈비언ㆍ게이ㆍ양성애자ㆍ성전환자)’에 대한 옹화와 연대감을 강조했다. 성명을 통해 “LGBT공동체에: 우리나라에 수백만 명의 지지자가 있음을 알기 바란다. 나도 그들 중의 한 명"이라고 밝혔다.
한편 클린턴 전 장관은 오는 15일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하기로 예정됐던 위스콘신 주 합동유세를 전격 취소하는 등 여론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반면 공화당의 트럼프는 오바마 정부와 클린턴 전 장관을 겨냥해 신랄한 비판에 나섰다. 평소 오바마 정부의 테러와 이슬람과격 주의에 대한 대책이 허술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해온 트럼프로선 호재를 만날 셈이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급진 이슬람 테러주의자들에 대한 주장이 옳았다고 축하하는 지지자들에 대해 감사한다”면서 “나는 축하를 원하지 않는다. 나는 강인함과 경각심을 원한다. 우리는 현명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오바마 대통령의 성명 발표에 맞춰 “오바마 대통령이 결국 (이번 사건과 관련한) '과격한 이슬람 테러리즘'이라는 말을 언급할까? 만약 하지 않는다면 수치심을 느끼고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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