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지난 4월 처음으로 월간 중소ㆍ중견기업 수출실적을 발표한 중소기업청이 첫 통계 발표 이후 두 달째 수출실적을 공개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중기청은 지난 4월 초 '2016년 2월 중소ㆍ중견기업 수출 동향' 자료를 통해 "올 2월 수출액이 140억달러로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 만에 월별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증가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기청은 당시 "총수출이 줄고 있는 상황이지만 중소ㆍ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8.4%로 전년 동월에 비해 4.9%포인트 상승했다"며 중소ㆍ중견기업의 선전과 정책효과를 과시했다.
중기청이 중소ㆍ중견기업의 월별 수출실적을 별도로 발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지난 1월 주영섭 청장 취임 이후 중소ㆍ중견기업의 글로벌화와 수출 기업화를 강조해온 것과도 연관이 깊다.
하지만 세계 경기 부진과 저유가 등으로 지난달까지 총수출이 17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는 등 침체가 깊어지자 돌연 "정기적인 발표 계획이 없었다"며 태도를 바꿨다.
중기청 관계자는 "애초부터 매월 발표할 계획이 없었다"면서 "당시(2월 실적)에는 유의미한 수출실적이 나왔기 때문에 청장의 지시에 의해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제 통계 발표 여부를 정부 부처의 입맛에 따라 결정하는 것은 잘못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적이 좋아 홍보용으로 가치가 있을 때는 외부에 알리고 그렇지 않을 때는 발표하지 않고 쉬쉬한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중기청이 월간 수출통계를 단 한번 공개하고 다시 비공개로 전환한 이유에 대한 두 가지 짐작을 내놨다. 총수출 감소세에 비해 중소ㆍ중견기업의 수출실적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상대적일 뿐 전반적인 수출 경기 악화로 마이너스가 커지자 숫자 공개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중소ㆍ중견기업 수출실적을 발표하다 보면 으레 대기업 수출실적이 드러나기 마련인데 대기업 수출이 매월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여 대기업 퇴조가 도드라지게 나타난다는 사실도 부담이라는 게 이유다.
업계에서는 "중소ㆍ중견기업들이 수출시장에서 선전하고 있고, 우리 경제의 큰 축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부각시키려다 보니 역설적으로 대기업의 쇠퇴와 고전을 드러내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정부에서는 이를 불편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중기청 관계자는 "정기적인 통계 공개 여부는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청 등 연관 부처와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협의 후 결과를 밝히겠다"고 설명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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