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사이언스 포럼]옥시, 김영란법 그리고 이해충돌

시계아이콘01분 49초 소요

[사이언스 포럼]옥시, 김영란법 그리고 이해충돌 박기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AD

과학의 최대 가치는 '진리의 추구'이다. 과학자는 지식의 최전선에서 공헌하는 사람이므로 연구에 직접 관련되지 않는 개인적 이해가 연구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지난 역사는 과학의 가치도 금전을 포함한 이해관계에 의해 크게 훼손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학과 기업의 협력이 증가하면서 기업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연구자들이 받지 않은 연구자들에 비해 후원 기업의 입맛에 맞게 결과를 조작할 확률이 높다는 사례가 끊임없이 보고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200명이 훨씬 넘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제조사가 오래전부터 살균제의 독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유해성에 관한 연구 결과가 고의로 조작되었는지는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지만, 이미 드러난 기업과 대학의 연구계약 및 대가 지급 과정만으로도 금전적 이익 앞에 과학적 진실은 너무나 허약할 수 있음이 다시 확인되었다. 기업의 비도덕성과 정부의 무능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진리를 추구하는 과학마저 진실을 왜곡하거나 은폐하는데 손쉽게 사용될 수 있음에 국민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개인의 사적인 이해가 맡고 있는 업무 또는 공공의 이익과 어긋나는 상황을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이라 부른다. 특히 과학자나 공직자처럼 높은 신뢰가 요구되는 사람의 이해충돌은 이번 경우처럼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사실 대학의 연구자들이 순수한 학문적 호기심이 아니라 기업의 이해와 보다 직결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현대 과학에서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반드시 추구해야 하는 의무로까지 간주되고 있다. 기업이 대학에 의뢰하는 용역 연구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이해충돌은 어떻게 근절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한 과제이다.


흔히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원안에는 공직자의 이익과 관련된 직무 수행을 금지하는 이해충돌 방지 규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규정은 논의 과정에서 대상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포괄적이라는 이유로 삭제되었다. 그간의 많은 경험들은 이해충돌에 관한 최선의 대처가 관리하기(manage), 줄이기(reduce), 없애기(eliminate)의 순서임을 말해 준다. 원천 금지는 가장 쉽고도 간편한 방법이지만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모든 이해충돌의 가능성을 원천 배제하는 것은 비록 그 대상이 공직자나 과학자에 한한다 하더라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관리를 위해서는 먼저 어떤 이해관계가 존재하는지를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연구비 출처가 알려진 연구에 대해서는 동료평가가 좀 더 엄밀하게 진행될 것이고 연구의 객관성도 그만큼 더 담보되리라 기대할 수 있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줄이거나 없애기 전에 널리 알리는 것만으로도 일정 수준 규제의 효과가 있음이 확인된다. 업무와 이해의 관련 현황을 먼저 파악한 후, 규제가 시급한 부분부터 줄여나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부패 관행을 바꾸고자 한 시도로, 고액선물 금지가 경제를 위축할 것이라는 반대 주장은 역설적으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법임을 말해주지만 이해충돌의 경우에 있어서는 좀 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했던 이유이다.


과학에 한하더라도 이해충돌에 대한 우리의 대처는 매우 뒤처져있다. 기업과의 협력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그것의 위험성을 대학과 과학자가 미리 숙지하고 연구 결과의 정직성과 신뢰성 못지않게 과정의 투명성을 중시하였더라면 우리는 좀 더 빨리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을 알고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기업의 이해와 직접 관련된 용역 연구에 대해서 연구비가 생겼다고 반길 것이 아니라 생명윤리위원회나 기관윤리위원회와 같은 면밀한 심의 절차를 마련했다면 어땠을까?


유사한 일을 모조리 금지하거나, 한두 명을 처벌하는 것은 매우 쉬운 대처이다. 어렵지만 정작 필요한 대처는 우리의 문제를 냉정히 진단하고 관행으로부터의 사슬을 아프더라도 끊는 일이다.


박기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