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이인수 총장의 비리를 폭로하며 학교 정상화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파면된 수원대학교 교수들이 파면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도 파면은 부당했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파면이 무효임을 거듭 확인함과 동시에 교수들이 받은 정신적 피해를 인정해 학교가 교수들에게 2000만원씩을 위자료로 지급하도록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한 교수들이 제기한 의혹 중 일부가 혹여 사실과 다르더라도 의혹 제기를 법에 어긋나는 것으로 봐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민사1부(김상환 부장판사)는 지난 달 27일 수원대 배재흠 교수(66)와 이상훈 교수(66)가 수원대의 학교법인 고운학원을 상대로 제기한 '파면처분 무효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두 교수에 대한 파면 처분은 징계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이므로 무효"라며 이 같이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판결이 확정되면 학교는 이들 교수에게 미지급 임금에 이자를 보태 위자료와 함께 지급해야 한다.
배ㆍ이 교수는 2013년 초부터 다른 교수들과 함께 교수협의회 명의로 이 총장의 수십억원 규모 횡령ㆍ배임 등 수 십가지의 비리 의혹을 폭로했다.
학교는 2014년 학교의 명예를 훼손하고 질서를 어지렵혔다는 등의 이유로 이들을 파면했다.
재판부는 "학교의 파면 처분은 대학의 자율적 운영에 참여하고 적절한 의견을 제시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교수들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한 위법 행위"라면서 두 교수의 정신적 피해와 이에 대한 학교의 위자료 지급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두 교수가 끝내 마지막 강의를 하지 못한 채 정년을 맞게 된 점도 위자료 산정에 참작했다.
1심은 파면이 무효라고 보고 미지급 임금을 학교가 지급해야 한다고 봤지만 위자료까지 인정하진 않았다.
학교 측은 재판 과정에서 이 총장에 대한 의혹 중 일부는 검찰이 불기소 처분했으므로 교수들의 폭로 행위에 대한 징계 사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교수들 입장에서 의혹들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 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고 그 내용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인정되는 이상, 사후적으로 의혹 중 일부가 진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이 점만으로 교수들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판시했다.
이 총장은 현재 수원지법에서 교수들이 제기한 의혹 중 일부에 대해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2014년 8월 교수들과 교육부의 고발ㆍ수사의뢰 등에 따라 이 총장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당시 제기된 혐의는 횡령ㆍ배임을 포함해 아들의 허위졸업장 발급 등 44건이었는데, 검찰은 횡령 혐의만을 일부 인정해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하고 나머지 40여건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약식기소는 검찰이 비교적 가볍다고 판단한 혐의에 대해 벌금형 처벌 등을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다.
검찰이 이같은 처분을 하자 배ㆍ이 교수 등은 전국 교수 150여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와 함께 정식재판 청구 요청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법원은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해 12월 정식재판을 시작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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