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이 적법한지를 다투는 첫 재판이 열렸다. 이를 반대하는 측은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비율이 불공정하게 책정됐다고 주장한 반면, CJ헬로비전 측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3일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1부(박광우 부장판사)에서 KT 직원 윤모씨와 LG유플러스 직원 김모씨가 각각 CJ헬로비전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첫 변론이 진행됐다.
이들은 지난 3월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을 결의한 주주총회가 무효라며 CJ헬로비전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비율(0.4761236:1)이 정당하게 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합병이 성사되면 자신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쟁점은 합병비율을 결정하는 핵심요소인 SK브로드밴드의 수익가치가 과대 평가됐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지난 2014년 4767억원에 그친 IPTV 영업수익을 2019년 1조751억원에 이를 거라 추정한 점 ▲지난 3년간 20% 수준이었던 IPTV시장 점유율이 2019년 70%까지 오를 거라 가정한 점을 과대평가의 근거로 꼽았다.
윤씨측 변호인인 곽상현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SK브로드밴드의 미래 가치가 과대평가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특히 IPTV 사업의 예상 수익률을 너무 높게 예측했다"고 주장했다.
곽 변호사는 "실제 전체 IPTV 사업의 수익률은 꾸준히 줄어들었는데도 SK브로드밴드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IPTV 사업 수익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내다봤다"며 "2015년에 전체 IPTV 고객이 70만명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SK브로드밴드는 당시에도 76만명이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SK텔레콤이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 지분을 인수할 당시 산정된 경영권 프리미엄도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곽 변호사는 "CJ헬로비전 매각가 1조원 중 정상적인 합병비율로 계산하면 CJ헬로비전의 가치는 4460억원이며, 경영권 프리미엄이 기업 가치의 126%인 5500억원 수준인 셈"이라며 "이는 지난 5년 간 평가된 경영권 프리미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절차상의 문제도 지적됐다. 정부 승인 없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 합병까지 이행한 것은 사실상 무효라는 주장이다.
LG유플러스 측 변호인인 노영보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일종의 내부거래와 다름없다"며 "사실상 법령을 비켜간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CJ헬로비전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CJ헬로비전 측 변호인인 지영철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원고측의 주장은 주주총회 의결을 취소할 사유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CJ헬로비전은 정부의 인수·합병에 대한 심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만큼 관련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CJ헬로비전 측은 "기술적인 면을 고려할 것이 많다"며 "재판 일정을 넉넉히 잡아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다음 변론은 오는 8월 12일 오후 2시30분 서울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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