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서울메트로 퇴직자 3분의1 수준 받으면서 중노동 시달려...메트로-하청업체간 기형적 계약 관계 때문...지하철 적자 근본 원인 해소 목소리도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달 28일 발생한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에 대한 추모 물결이 거센 가운데, 희생자 김모(19)씨가 '중간 착취'를 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서울메트로와 은성PSD간 기형적 하청 관계가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3일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서울메트로-은성PSD간 '승강장 안전문 유지관리 산출내역서'에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퇴직해 은성PSD로 옮긴 전적자 38명에 대해선 1인당 월평균 432만원을 지급하도록 한 반면, 자체 채용자의 노무비는 1인당 평균 244만원에 불과했다. 김씨의 월급은 144만원이 고작이었다. 서울메트로가 책정한 자체 채용자 임금보다도 100만원이나 덜 받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은성PSD가 2015년 4월부터 이달 말까지 총 843억원에 용역을 수주하면서 배정받은 노무비 56억7000만원 중 절반에 가까운 24억7500만원을 전적자들이 독차지한 것이다. 김씨와 같은 현장 기술 인력은 87명으로 전체 직원 수자의 3분의2를 차지했지만 인건비는 합계 31억9500만원으로 절반을 조금 넘는데 그쳤다.
이같은 현실은 메트로-은성PSD간 기형적 하청 관계 때문이었다. 메트로는 2008년 이후 구조조정 차원에서 경정비 업무를 외주화하면서 은성PSD와 같은 용역 업체들에게 전적자 의무 고용ㆍ처우 보장 등을 계약 조건으로 제시했다. 은성PSD와도 계약서를 통해 전적자 38명을 정규직으로 고용 승계하고 메트로 재직시 처우의 80%를 보장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은성PSD는 용역비 중 상당액을 현장 업무에 투입되지도 않은 메트로 퇴직자 인건비로 충당한 후 남은 금액으로 현장 기술 인력에 대한 인건비를 충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보니 계약서상 수리 인력은 125명이나 됐지만 실제론 87명에 불과했다. 김씨가 저임금에 시달리며 컵라면 한 끼 먹을 시간도 없이 수리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한 배경이다.
이에 대해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망사고를 당한 김씨와 같은 젊은 자체 채용자들은 엄청난 중간착취를 당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충분한 유지보수 인력이 배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 부담이 고스란히 외주 노동자들에게 전가됐고, 필수적인 현장 작업시 소통도 이뤄지지 않는 등 외주화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메트로의 외주화가 결국엔 매년 발생하는 엄청난 지하철 적자 때문이라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만 해도 서울메트로는 1427억원, 서울도시철도공사는 2710억원의 적자를 봤다. 이에 구조조정 압박을 받았던 지하철 운영기관들은 대대적 인력 감축을 했고 메트로도 2008년 1만284명이었던 정원을 9150명으로 축소했다. 그 과정에서 승강장 안전문 유지보수, 전동차 경정비 등의 핵심 업무들이 모두 외주화 됐다. 서울시는 적자의 원인으로 꼽히는 노인 무임승차 적자 분에 대해선 최소한 정부가 보전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서울시의 요구에 대해선 귀를 닫고 있는 상황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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