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CJ헬로비전 합병 놓고 미래부-공정위 신경전
최양희 장관, 정재찬 위원장에 넌지시 불만 드러내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지난 24일 오전 미래창조과학부 대변인실에서 휴대폰 문자가 도착했다. 이틀 뒤인 26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오찬간담회가 있으니 참석해 달라는 것이었다. 최근 현안에 대한 설명 및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취지였다.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한 일종의 '번개미팅'이다.
정해진 주제가 없다고 했지만 이날 어떤 질문이 나올지는 뻔 했다. 최근 며칠 새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아니나 다를까. 26일 오찬 간담회의 첫 질문부터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 심사가 늦어지고 있는데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였다.
최 장관은 "정재찬 공정위원장에게 진행이 너무 느린 것 같다"는 사견을 전달할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미래부는 여기에 대해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검토를 착실히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공정위 심사만 끝나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주무부처인 미래부가 너무 수동적인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며 "조기에 결론이 나서 우리에게 통보가 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 장관이 번개미팅을 빌어 그동안 미래부 내부의 불만을 에둘러 표현했다. 실제 미래부 내부에서는 주무부처를 놔두고 공정위가 이번 M&A 심사를 주도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에 대해 불만이 높다. M&A 심사가 장기화되면서 당초 상반기 마무리해야 할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 방안, 알뜰폰 육성 방안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오찬 간담회를 공지한 전날(23일) 공정위는 이번 M&A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데 대한 해명자료를 냈다.
공정위는 "현대HCN의 지역 케이블방송사 인수, CJ케이블넷의 지역 케이블방송사 인수 등과 같이 경쟁 제한성이 있어 시정조치한 경우 1년 이상 소요된 경우가 다수 있었다"고 했다. 공정위는 "이번 건은 국내 최초의 통신ㆍ방송 사업자간 기업결합으로 과거 사례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자료 제출 소요 시간, 시장획정, 수평결합ㆍ수직결합 등 기업결합 유형, 관련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이 사안에 따라 다르므로 심사 기간의 장단을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정위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 3월과는 다소 달라진 것이다. 당시 정 공정위원장은 "실무 부서에서 경쟁 제한성 검토를 어느정도 마무리했다"며 "조만간 심사보고서가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이례적으로 해명자료를 낸 것은 이번 M&A 심사가 장기화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부와 공정위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각 자의 소임을 다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미래부와 공정위가 팀워크를 발휘할 때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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