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수감중)의 전방위 로비 의혹에 연루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57)가 검찰 안팎 후배들과 조사실에서 마주하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27일 홍 변호사를 변호사법 위반 및 탈세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할 내용이 많아 날을 넘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52분께 서초동 검찰청사에 나온 홍 변호사는 “밤낮없이 일하다보니 일부 불찰이 있던 것은 사실이다. 책임질 부분은 감당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수사관 등 수사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 변론의 범위 내에서 열심히 일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마지막 위세를 떨칠 무렵 검찰의 칼날을 대변하는 ‘입’ 역할을 하던 중수부 수사기획관 출신이다.
권력형 비리를 겨눠 수사하는 ‘특별수사’에서 경력 대다수를 쌓아 올린 홍 변호사는 전·현직 대통령 관련 수사에서 칼자루를 쥐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특별수사 후배들 앞에서 조사대상이 됐다. 주임검사를 맡은 이원석 부장검사만 하더라도 그의 검찰 10년 후배다.
검찰은 그간 탈세를 중심으로 홍 변호사의 부당수임 의혹 전반을 살펴왔다. 수임 내역을 감추거나, 공직퇴임변호사 수임제한 규정을 피해 다른 변호사를 통한 우회 수임 의혹, 수임 사건 변론 과정에서 수사기관에 대한 영향력 행사 의혹 등이다.
홍 변호사는 정 대표의 해외 원정도박 혐의 관련 검·경 수사 과정에서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내며 수사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부부,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등의 형사 사건에서 선임계를 내지 않고 몰래 변론한 의혹 등이 불거졌다.
검찰은 정 대표나, 둘 사이 연결고리로 지목된 고교 후배 브로커 이민희(56·구속)씨와의 대질 조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씨는 자수 전까지 홍 변호사와 수차례 통화하며 법률 조언을 구했고, 그에게 자수를 권한 것도 홍 변호사로 전해졌다. 검찰은 두 사람의 인연이 동업 수준에 버금가는지, 증거인멸로 얽히지는 않았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홍 변호사는 처가족과 검찰 수사관 출신 사무관 등 측근을 동원해 지분 투자한 부동산업체 A사 운영에 관여하며 수임료 소득을 감췄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수임료 수입이 이 회사 법인자금에 섞여들거나 위장 거래 등을 통해 탈세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탈세 규모가 10억원을 넘어가면 최대 무기징역감이다.
검찰 내부 단속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간 검찰은 한 차례 내부 진상조사를 통해 정 대표 관련 무혐의 처분이나 사실상 보석 허가 의견, 항소심 구형량 감경 등을 살핀 결과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결론냈다. 검찰은 로비를 사주하거나, 그에 어울린 브로커, 동원된 법조인 등을 모두 조사해 사실관계를 재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은 가급적 이번 소환 조사 한 차례를 끝으로 구속영장 청구 등 신속하게 처분을 검토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여러 차례 소환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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