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문안 인식 개선 없고 방역 시스템 곳곳 취약해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우리는 달라졌나요?"
2015년 5월20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RS) 첫 감염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슈퍼 전파자 5명이 153명을 감염시켰다. 186명의 확진환자가 나왔고 이 중 38명이 사망했다. 1만 명이 넘는 사람이 격리 조치되는 등 '메르스 참극'이 일어났다.
슈퍼 전파자는 병원 응급실에서 자유롭게 걸어 다녔다. 의사 등 의료인도 감염됐다. 제어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의 방역 시스템은 한 순간에 무너졌다. 신속한 정보 전파도 없었다. 무엇하나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시민들은 공포와 불안에 떨었다.
정확히 1년이 지났다. 감염병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시스템은 변했을까. 곳곳에 허점이 많다. 감염병은 예방이 최선이다. 신종 감염병 등이 확산되면 차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돼 있는 상황에서 완벽한 차단은 불가능하다. 확산을 막는 총력 방역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올해 여러 차례 방역 시스템과 병원에서는 불안한 상황이 연출됐다.
지난 4월13일 서울 강북삼성병원. 메르스로 의심되는 아랍에미리트 출신의 한 여성이 새벽에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 측은 즉시 격리조치를 했다. 여기까지는 매뉴얼 대로였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 여성은 병원의 격리 지시를 거부하고 숙소로 돌아가 버렸다. 뒤늦게 질병관리본부와 경찰이 출동했다. 이 여성의 숙소를 찾아 격리 조치했다. 병원이 강제로 구금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보건당국이 신속한 조치를 하지 못했다. 그 사이 메르스 의심환자는 병원을 벗어나 버렸다.
문제는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이날 강북삼성병원 응급실에 있던 중환자가 강동경희대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 간 정보 교환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동경희대병원 측은 "당시 TV뉴스를 보고 (메르스 의심환자가 강북삼성병원에 있었던) 상황을 파악했고 병원 임원진들이 긴급 소집됐다“며 "응급실을 잠정폐쇄하고 긴급 방역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아랍에미리트 출신의 이 여성은 검체 검사결과 음성으로 나왔다. 의심환자에 대해 격리조치가 신속히 이뤄지지 못했고 병원간 정보 교환도 없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지카 바이러스 첫 확진자에 대한 방역 시스템에도 허점이 드러났다. 지난 3월22일 브라질에서 업무를 본 뒤 귀국한 남성이 지카 바이러스 확진 판결을 받았다. 현지에서 모기에 물린 것으로 확인됐다. 지카 발병국가를 여행한 이후에 국내에 입국할 때는 해당 여행객에게 감염병과 관련된 문자 메시지를 발송한다. 이 남성은 관련 문자 메시지를 받지 못했다. 브라질에서 곧바로 국내로 입국한 게 아니라 독일을 거쳐 왔기 때문이었다.
감염병 정보 제공과 방역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같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이동통신사와 함께 로밍 서비스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응급실 문화 또한 변하지 않았다. 지금도 전국의 병원 응급실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아픈 사람보다 아픈 사람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병문안 객들이 더 많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병원은 감염관리실을 강화하고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이전보다 나아진 측면은 있는데 아직도 병원 응급실 문화는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후속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실 감염 예방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감염 의심환자 선별 절차를 마련했다. 응급의료센터에 음압격리 195병상, 일반 339병상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시설공사가 진행 중이다. 올해 안에 대부분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감염병 전문병원 치료체계도 구축된다. 중앙감염병병원은 국립중앙의료원에 설치하고 3~5개의 권역 감염병 병원은 국공립병원을 우선해 지정할 예정이다. 역학조사관 확충도 이뤄지고 있다. 중앙 역학조사관 30명 중 현재 25명이 채용됐다. 나머지 5명도 5월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측은 "신종 감염병 유입차단, 조기종식, 피해 최소화를 위해 마련한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의 주요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정기석)를 차관급으로 승격시키고 위기소통담당관을 신설했다. 이른바 감염병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긴 셈이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5월말 정도에 '메르스 백서'가 나올 것으로 안다"며 "메르스 백서를 통해 현황과 여러 가지 문제점을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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