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기하영 수습기자]박원순 시장은 17일 서울 종로구 무악2구역 재개발지구를 찾아 "합의 없는 옥바라지 골목 재개발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옥바라지 여관골목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등 서대문형무소 수감자의 가족이 생활하며 옥바라지를 한 것으로 알려진 무악동 46번지 일대를 말한다.
이날 오전 6시40분쯤 무악2구역 재개발사업조합이 주민들을 강제 퇴거시키는 과정에서 주민·시민단체와 충돌이 벌어졌다. 11일까지 주민들의 자진 퇴거를 요구하는 강제집행 예고장을 보냈으나 이에 불응하자 이날 강제집행에 나선 것이다. 조합 측은 최근 주민들을 상대로 명도소송에서 승소했다.
당시 40여명의 용역업체 직원과 주민·시민단체 회원 50여명이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용역업체 직원이 현장에서 소화기를 분사하기도 했다. 대치 도중 평소 지병이 있다는 주민 1명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박 시장은 오전 11시 40분쯤 강제 퇴거가 진행된 서대문형무소 옥바라지 여관골목을 방문해 "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 이 공사는 없도록 하겠다. 제가 손해배상을 당해도 좋다"라고 말했다. 시는 사업 자체를 중단한다는 것이 아니라 합의 없이는 더 이상의 절차가 진행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이미 2013년 2월, 재개발·재건축·뉴타운 정비사업 강제철거 예방 대책에 원칙을 정한 바 있다. 주민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조합, 가옥주, 세입자 등이 함께 사전협의체를 5번 운영한다. 그럼에도 해결되지 않으면 부구청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정비사업 분쟁조정위원회를 가동해 원만한 타협 속에서 재개발을 추진한다.
시에 따르면 무악2구역은 사전협의체를 5번 중 3번 개최한 상황이었다. 시는 합의 없는 강제철거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철거유예공문을 종로구청에 4차례, 롯데건설에 한 차례 보냈다.
박 시장의 이러한 결정에 최은아 비상대책주민위원회 총무는 "너무 감사하다. 시장님이 그 약속을 굳건히 지킬 것이라 믿는다"며 "앞으로도 옥바라지골목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개발이 합의되면 시행사인 롯데건설이 옥바라지 골목이 포함된 무악2구역 재개발지구 약 1만㎡에 아파트 195가구를 지을 예정이다.
기하영 수습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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