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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정부·기업 상대 집단 손배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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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 등의 사태와 관련해 피해자들이 관련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공동대리인단(단장 황정화 변호사)은 1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피해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사실을 밝히고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접수했다.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및 가족모임(가피모)' 강찬호 대표 등 436명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한 사람의 가족 등 정부 피해 조사에서 1~4등급을 받은 당사자 및 가족ㆍ유족이 대거 소송에 참여했다.


사망한 피해자는 1인당 5000만원, 건강에 문제가 생긴 피해자는 3000만원, 피해자의 가족은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 1000만원을 청구했다. 모두 112억원 규모의 소송인데, 소송 과정에서 청구액이 5~10배까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소송을 당한 기업은 문제의 살균제가 포함된 제품을 제조ㆍ판매한 곳과 원료물질을 공급한 곳 등 22개다. 옥시레킷벤키저, 애경산업, SK케미칼, 롯데쇼핑, 홈플러스, 신세계, GS리테일, 세퓨, 뉴트리아, 제너럴바이오 등 국내외 관련 기업이 망라됐다.


민변은 "관련 제품들의 용도에 비춰보면 가습기 살균제에는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절대로 사용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생명까지 앗아가는 치명적인 유해물질이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됐다"면서 "업체들은 객관적인 근거도 없이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한 것처럼 표시했다"고 주장했다.


제조 업체들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작성한 물질안전보건자료에는 가습기 살균제가 유해물질로 표기돼있었던 만큼 유해성을 알고도 만들어 팔았으니 제조물책임법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책임과 관련해 민변은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에 대한 위해가 클 것으로 우려되는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위해성 평가를 해 취급제한ㆍ금지 물질로 인정되는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변은 특히 "보건 당국은 2008년 국가정보사이트에 문제의 물질이 발진이나 화상을 일으킬 수 있고 들이마시면 호흡곤란을 겪게 된다는 내용을 게시하는 등 이미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민변은 그러면서 "오히려 정부는 제조업체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 대해 KC마크를 부여함으로써 관리 소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피해를 확대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시민사회단체 및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윤성규 환경부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를 이날 정오부터 시작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을 시작으로 강찬호 가피모 대표,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 최열 환경재단 대표 등이 매일 정오부터 1시간 동안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시위를 이어간다.


한편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이날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용마산업 대표 김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2001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인산염을 넣은 가습기 살균제를 처음 만들어 팔아 인기를 모으자 이를 모방한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외주생산해 판매했다. 김씨는 이들 업체와 함께 피해자들의 손배소 피청구인(피고) 명단에 포함됐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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