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판매기에서 뽑은 커피, 음료와 먹을거리를 테이블 위에 놓고, 자리에 앉아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태연히 담배를 피울수 있는 스모킹카페가 흡연자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스모킹카페(흡연방)는 거리에 내몰리지 않고 실내에서 흡연을 할 수 있도록 애연가들에게 편한 쉼터를 제공한다.
대형 환기장치를 설치하고 합법적으로 실내 흡연이 허용되는 이른바 `스모킹카페` (흡연방, 흡연카페)는 건물 내 흡연이 불법이란 우리사회 상식에서 벗어난 공간이다.
흡연 10년째인 서모(36)씨는 “이제 담배도 돈을 지불해야 맘껏 피울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씁쓸히 웃었다.
흡연족이라면 목표 1순위로 ‘금연’을 꼽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작심삼일’로 끝날 만큼 담배의 유혹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 갈수록 강화되는 금연정책은 흡연족을 더욱 옥죄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모든 음식점과 소규모 호프집, 카페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고, 지방자치단체들도 대로변, 공원, 지하철 출입구, 버스정류장 등의 공간에서 흡연을 전면 금지했다. 애연가들은 늘어나는 금연구역에 비해 흡연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길거리에서 눈치를 보며 담배를 꺼내 물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런 애연가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것을 틈새시장으로 보고 생겨난 스모킹카페는 지난해 10월 용인에 첫 선을 보인 후 서울, 인천, 수원, 대전, 부산, 광주, 천안, 평택 등 스모킹카페 (흡연방, 흡연카페)는 갈수록 애연가들에게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흡연방에선 앉은 자리에서 커피와 음식을 먹으며 담배를 피울 수 있다. 흡연방이 보편화된 일본의 경우 1인당 3,000~5,000원 정도 입장료를 내야 하지만, 이곳은 별도의 돈을 받지 않는다. 대신 음료나 원두커피, 과자 등을 서빙이 아닌 자판기에서 구매하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마저도 강제하지는 않아 법의 테두리 안에서 흡연이 가능한 일종의 무인 카페라고 보면 된다.
흡연방 운영자 김모씨는 “처음에는 진짜 실내에서 끽연할 수 있는지 재차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구청과 보건소에서 적법 허가를 받아냈다”며 “입소문이 퍼져 요즘엔 하루 100명 이상이 가게를 찾는다”고 귀띔했다.
실내 흡연이 가능한 것은 흡연방이 ‘식품자동판매기영업’으로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은 휴게음식점에 흡연실 설치를 허용하면서 의자와 탁자와 같은 영업 설비는 구비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흡연실이라도 자리에 앉아 음료를 마시는 행위는 엄연히 불법인 셈이다. 이와 달리 식품자동판매기영업은 휴게음식점에서 빠져 금연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법리상 영업장 전체를 흡연실로 운영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게 된 것이다. 입법미비를 이용한 흡연방 설치에 대해 보건복지부도 “흡연실 자판기 운영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상태다.
합법적 흡연 공간의 등장에 찬반 여론은 분분하다. 간접흡연의 피해를 주지 않아 오히려 환영하는 비흡연자들도 적지 않다. 애연가 아버지를 둔 탓에 담배를 혐오한다는 김모(26ㆍ여)씨는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게 담배 냄새와 연기를 완벽히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라면 권장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모킹카페 사업을 처음 선보인 황기주(45) 윈윈코리아 대표는 “스모킹카페는 담뱃불로 인한 화재방지, 거리청결문제 등을 해결해 나갈 수 있으며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흡연의 권리를 보장해 주는 장소가 될 것”이라며 “서울 여의도와 강남, 신촌 등 번화가에서도 개점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모킹카페는 흡연자, 비흡연자 모두 환영을 받고 있다.
이용수 기자 m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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