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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수성이 태양앞 '스르륵'…100년에 13번뿐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19초

행성의 태양면 통과로 다양한 과학적 데이터 수집 가능

[과학을 읽다]수성이 태양앞 '스르륵'…100년에 13번뿐 ▲2016년 수성이 태양 앞을 지나고 있다. 펜실베니아 보이어타운에서 찍은 것이다. 2019년, 2032년에 다시 수성의 태양면 통과를 볼 수 있다. [사진제공=NASA/Bill Inga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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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10일 수성이 태양 앞을 지나갔습니다. 붉게 타는 태양을 배경으로 작은 점이 돼 스르륵 태양 앞을 움직였습니다. 이른바 수성의 '태양면 통과' 천문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죠. 2006년 이후 10년만의 일입니다. 수성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지구 공전궤도에서 수성은 약 7도 정도 기울어져 태양을 공전합니다. 공전주기도 88일로 지구보다 4배 빠릅니다. 이 때문에 수성은 지구에서 보면 태양의 위와 아래쪽에 놓이게 됩니다.

이번처럼 수성이 태양과 지구 사이에 위치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100년에 13번 정도 일어납니다. 올해가 지나면 다음에 수성의 '태양면 통과'는 2019년과 2032년, 2039년, 2049년에나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자주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렇게 귀한 천문 현상이다 보니 우주과학자들이 관심을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와 호주 등에서는 볼 수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북미 동부와 남미에서는 태양면 통과 전체상황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남아프리카와 북미 서부에서는 통과 현상의 일부분만 관찰 가능했습니다.


[과학을 읽다]수성이 태양앞 '스르륵'…100년에 13번뿐 ▲수성이 태양과 지구 사이에 위치한다. 9일 수성의 태양면 통과 현상이 일어난다. 히노데 위성이 2006년 수성의 태양면 통과 모습을 촬영했다.[사진제공=JAXA]

◆작은 점으로 나타나다=수성이 태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은 미국 동부표준시간으로 9일(이하 현지 시간) 오전 7시쯤이었습니다. 지구에서 보기에 태양 왼쪽 위에서 서서히 나타났습니다. 왼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수성은 조금씩 오른쪽 아래로 비스듬히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9일 오후 2시30분쯤 태양 오른쪽으로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약 7시간30분 동안 수성의 '태양면 통과' 현상은 진행됐습니다.


서유럽과 남아프리카, 북미 동부지역에서는 이 과정 전체를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금성의 태양면 통과와 달리 수성은 아주 작은 점으로 나타납니다. 망원경 등의 도움 없이 맨눈으로 관찰할 수 없다는 것이죠. 물론 망원경으로 관찰하더라도 '안전 필터'는 반드시 착용해야 합니다. 태양빛을 맨 눈으로 바로 쳐다보면 눈에 상처를 입습니다.


◆행성의 태양면 통과가 중요한 이유=수성이 태양면을 통과하는 현상을 그저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하면 되는 것일까요? 우주과학자들은 이때가 되면 흥분합니다. 이 천체현상을 통해 많은 것을 연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수성의 태양면 통과 현상을 통해 다양한 과학적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17세기에 태양면 통과가 관측됐는데 과학자들은 이를 통해 태양과 지구의 거리를 처음으로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몇 세기 동안의 태양면 통과 관측을 통해 과학자들은 금성의 대기권에서부터 수성궤도의 미세한 변화 등을 연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수성의 크기와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에 태양면 통과는 과학자들에게 태양활동관측위성(SDO) 등 관련 위성의 위치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태양면 통과는 행성에 대한 더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2012년에 금성의 태양면 통과 당시 금성의 대기에 대한 관측이 가능했습니다. 또 태양계 행성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측정하게 되면 태양계 바깥에 있는, 즉 외계행성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천체가 항성(별) 앞을 지나게 되면 밝기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별이 가려지기 때문에 행성의 크기만큼 어두워지는 것이죠. 이 같은 방법은 행성을 찾는 가장 기본 원리입니다. 그동안 우주과학자들은 이런 시스템을 통해 작고, 지구 크기의 행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머물지 않습니다. 별의 밝기 변화를 통해 행성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외계행성 사냥꾼'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케플러우주망원경 또한 이 같은 '통과 현상'을 통해 외계행성을 찾고 있습니다. 케플러는 지금까지 1000개가 넘는 외계행성을 찾아냈습니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지금은 태양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위성과 각 행성에 탐사선을 보내고 있는 만큼 수성과 금성의 태양면 통과가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그럼에도 그동안 '금성의 일면통과 행진곡'이 만들어지는 등 희귀한 천문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과학을 읽다]수성이 태양앞 '스르륵'…100년에 13번뿐 ▲수성의 북반구에 있는 화산 지역.[사진제공=NASA]


◆수성의 입체적 지형 드러나=이런 가운데 수성의 글로벌 지형모델이 공개돼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태양계 첫 번째 행성인 수성은 태양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수성 탐사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메신저 호'가 수성에 대해 지형기복 변화를 연속적으로 표현하는 모형(Digital Eelevation Model, DEM)을 내놓았다고 6일 발표했습니다.


수성의 지형학적 전체 모델이 나오면서 우주과학자들은 수성의 지질학적 역사에 대한 연구를 보다 입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 모델은 행성 데이터 시스템(Planetary Data System, PDS)으로 3개의 새로운 생산물을 토대로 만들었습니다. 메신저 호는 그동안 수성에 대해 10테라바이트 이상의 데이터와 30만 장 이상의 이미지를 수집해 지구로 전송해 왔습니다.


메신저 오퍼레이션센터의 수산 엔소(Susan Ensor) 존스홉킨스대학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메신저 호가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는 수성에 대한 과학적 발견을 가능케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모델에는 수성의 가장 높고 가장 낮은 지점에 대한 데이터도 포함됐습니다. 화산이 활발한 지역 등 입체적 모습을 담았습니다.


한편 메신저 호는 2011년 3월17일 수성 궤도에 진입했습니다. 이후 스펙트럼 지표면의 단일 트랙을 지속으로 모았습니다. 그동안 모은 데이터가 방대해지면서 화산 지역과 순수 크레이터로 된 것에 대한 구분이 가능해졌습니다.


스펙트럼의 지질학적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수성이중이미지시스템(Mercury Dual Imaging System, MDIS)의 단색 스펙트럼에 겹쳐 이미지를 재구성했습니다. MDIS는 바위 지형과 수성의 다양한 스펙트럼 변화 등을 관찰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메신저 호는 그동안 7개의 과학 장비를 통해 수성의 사진과 여러 가지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해 왔습니다. 메신저는 4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성공적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2015년 4월30일 연료가 모두 떨어지면서 자신이 탐험했던 수성에 충돌해 최후를 맞은 바 있습니다.

[과학을 읽다]수성이 태양앞 '스르륵'…100년에 13번뿐 ▲수성 지표면의 비밀이 드러나고 있다.[사진제공=NASA]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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