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3당(黨)' 체제로 개편된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느 당도 과반을 이루지 못한 헝 의회(Hung Parliament)에서 국민의당의 선택이 정국의 향배를 이끌어 갈 수 있어서다.
국민의당은 이미 국회의장 선출문제를 두고 적극적 캐스팅 보터(Casting Voter)로서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당 내에서는 20대 전반기 국회의장이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배출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최근에는 다른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失政) 인정·사과를 전제로 "대통령이 바뀌어 협조 요청을 해 오면 국회의장이 아니라 무엇이라도 협력을 하겠다"고 입장을 달리했다. 국회의장 선출문제가 박 원내대표의 한 마디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국회의장 선출문제를 필두로 국민의당은 20대 국회 원 구성 문제에 대해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에서는 국회직으로 국회부의장,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을 염두에 두고 있고, 이밖에도 1~2개의 상임위원장을 추가로 내다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박 원내대표는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당 일부에서 3~4개 상임위원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원칙대로 하겠다"며 "원내 의석(비율) 대로 가져와야지 그런 정치를 하면 거래이자 흥정이 된다"고 말했다.
원 구성 문제 이외에도 국민의당은 캐스팅 보터로서의 입지를 십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민의당은 전경련의 대한민국어버이연합(어버이연합) 자금지원 의혹과 관련한 진상규명 문제에 있어 더민주와 공조를 이룰 기미를 보이고 있다. 테러방지법을 둔 두 당의 의견도 유사하다.
이밖에도 국민의당은 19대 국회에서 쟁점이 된 노동4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의 법안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새누리당, 더민주 양당 모두 독자적인 쟁점법안 처리가 어려운 까닭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국민과 국가를 위해 필요하면 새누리당, 필요하면 더민주와 (공조) 할 수 있다"며 "공조는 항상 열린 마음으로 해야 하는 것" 이라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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