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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게이트’ 檢 칼 빼들자···전관로비→이권브로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7초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수임료 다툼에서 불거진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의 전방위 로비 의혹이 검찰 수사가 표면화되면서 '전관로비'에서 '불법 브로커'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3일 서울 강남 네이처리퍼블릭 본사, 부장판사 출신 최모(46·여) 변호사의 서초동 사무실, 관할 세무서 등 10여 곳을 동시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정 대표 관련 각종 사건 수임 내역 및 관련 자금 흐름이 담긴 자료 등을 확보했다.

그간 정 대표의 로비 의혹과 관련 검·경은 '문제될 것 없다'고 해명하기 바빴다. 경찰은 진상조사 결과 로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고, 검찰은 앞선 300억원대 원정도박 의혹 무혐의 처분은 정 대표가 도박장을 드나든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며, 도박자금 정산 과정에서 법인자금과 개인자금이 뒤섞인 부분은 "정씨 개인 돈이 워낙 많아" 횡령으로 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낮아진 구형량(1심 3년→2심 2년6월)은 1심 실형 선고 이후 자세를 낮춘 정 대표의 사회적 기여(기부금 2억원)를 참작했다고 한다.


법원 사정도 다르지 않다. 정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건설업자 출신 이모(56)씨가 당초 항소심 재판을 맡게 됐던 부장판사와 접촉했으나 이튿날 곧장 사건회피를 신청해 재판부가 바뀌었고, 정 대표의 지인인 성형외과 의사가 재판부와 연이 있는 부장판사에게 청탁 전화를 넣었으나 묵살됐다는 것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구명로비는 실패한 셈이다. 정 대표는 100억원대 원정도박 혐의로 기소돼 1·2심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고, 기대했던 보석도 불발돼 구치소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대한변호사협회가 2일 특검 도입을 주장하며 증거 확보를 위한 사전 조치 성격으로 관련자 전원을 검찰에 고발하고 나섰다.


당초 구명로비 의혹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취하던 검찰은 최근 이씨 검거에 수사력을 모으면서 제기된 의혹 전반을 살피겠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수사대상은 '전관비리'와는 다소 동떨어진 모양새다. 검찰은 최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정 대표가 건넸거나 돌려받은 수임료 50억원의 성격에 대해서는 다툼이 있지만, 사건 무마를 위한 로비 대가로 판명될 경우 불법이다. 검찰은 관할 세무서를 통해 수임료 신고 내역을 확보하고 탈세 혐의로도 압박하고 있다.


올 들어 종적이 묘연해져 지명수배된 브로커 이씨, 방위사업 납품 비리 관련 특수부와 함께 3차장검사 산하에 있는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가 전날 체포한 한모(59)씨의 경우 당장은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확대 등 이권개입 로비 의혹에 방점이 찍혀 있다. 로비 대상 가운데 면세점 입점 로비 관련 롯데그룹이 끼어들면서 사건 외연은 한껏 부푸는 모양새가 갖춰졌다. 로비 행각이 실제로 이뤄졌다면 알선수재, 배달사고나 겉만 번지르르한 '브로커'로 귀결나면 변호사법위반, 사기죄 등으로 처벌 가능한 셈이다.


검찰은 경찰 수사부터 원정도박 1심 재판까지 정 대표 변호를 맡아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 낸 검사장 출신 H변호사는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그는 브로커 이씨와 고교 동문이기도 하다. 검찰 안팎에서는 특수통 요직을 두루 거친 H변호사가 수사팀에 입김을 넣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지만 본인은 관련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단서가 부족해 강제수사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며 "수사대상에서 배제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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