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선료 협상 결과를 예의주시"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불안감은 있지만, 좋아질 것입니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입니다" 4일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돌입을 앞둔 한진해운 임직원들은 긴장감이 역력했다. 회사로 출근하면 뉴스를 보면서 한숨을 쉬는 게 일상이 된지 오래다. 주 초부터 임원진들이 급여를 반납하기로 결의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해졌다. 동기 카톡방에는 희망휴직이나 희망퇴직 같은 감원을 우려하며 초조해하는 직원들도 늘고 있다. 당장 용선료 협상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바뀔 수 있어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어린이날이나 가정의 달도 남의 일처럼 들린다.
해운업계가 어려워지면서 주변 식당이나 술집도 한산해졌다. 현대상선 김모 과장은 "회사 주변 식당이나 술집 직원들이 그룹 배지를 알아보기 때문에 저녁에 가볍게 동료들이랑 어울릴 때는 배지를 빼고 들어간다"고 토로했다. 이모 대리는 "회사 근처보다는 종로나 강남 등에서 만나는 약속이 늘었다"고 털어놨다. "회사가 어려울 때는 그냥 조용하게 있는 게 상수"라며 차갑게 가라앉은 사무실 분위기를 전하는 이도 있었다.
양대 선사의 IR팀은 업무가 사실상 멈춰섰다. 증권사와의 연락망은 사실상 끊겼다. A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담당자들끼리 전화 통화를 해도 뾰족한 해법이 있는 게 아니다"며 "아예 전화를 주고받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K증권사는 최근 두 해운선사를 조사분석(커버리지) 대상에서 제외했다.
산업은행 등 7개 채권금융기관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채권단 회의를 열고 한진해운의 조건부 자율협약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자율협약은 채권단 100%가 동의해야 개시된다. 채권단은 일단 한진해운의 조건부 자율협약을 개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라 협약은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자율협약이 가결되더라도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이다. 한진해운은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인하 협상과 사채권자들의 채무재조정을 이끌어내야 한다. 회사 경영진들은 어려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총대를 메고 나섰다. 한진해운은 임원들의 급여 최대 50% 반납, 인건비 10% 절감, 복리비 최대 100% 삭감 등의 내용이 담긴 자구안을 내놓으며 비상 경영의 고삐를 죄고 있다.
현대상선은 이달 말 안으로 용선료 재조정과 사채권자 채무조정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해 주말을 반납하고 출근하고 있다. 현대상선 최모 차장은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 결과를 예의주시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런 희망이라도 있어야 어린이날 연휴를 가족들과 조금이나마 편하게 보낼 수 있지 않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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