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검찰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의 전방위 로비 의혹을 본격적으로 수사하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3일 서울 강남 네이처리퍼블릭 본사, 부장판사 출신 최모(46·여) 변호사의 서초동 사무실, 관할 세무서 등 10여 곳을 동시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정 대표 관련 각종 사건 수임 내역 및 관련 자금 흐름이 담긴 자료 등을 확보했다.
정 대표는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를 동원해 수사·재판 결과를 유리하게 끌어가려 한 구명로비 의혹, 사업 확대를 위해 브로커를 동원한 금품공세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검찰 수사는 우선 정 대표의 구명로비 의혹 규명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정 대표는 수사 단계에서 거액 횡령·배임 정황이 드러나고도 기소를 면하고, 재판단계에서는 검찰이 이례적으로 구형량을 낮춰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 대표는 지난해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을 각각 선고받았다. 거액 수임료의 성격을 두고 정 대표와 갈등을 빚어 온 최 변호사는 전화변론, 수임내역 축소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수감 중인 정 대표를 비공개 소환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압수수색 대상에서 경찰 수사 단계부터 1심 재판까지 정 대표 변론을 맡은 검사장 출신 H변호사는 빠졌다. 검찰 요직을 두루 거친 그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검찰에 입김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의혹을 확인 중이지만 아직 단서가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앞서 정 대표에 대한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이나 구형량 조정이 구명로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정 대표 의혹 관련 전날 대한변호사협회는 경찰 수사 단계부터 정 대표의 원정도박 사건 항소심 재판에 이르기까지 정 대표 구명로비 의혹에 연루된 검·경 및 법원 관계자, 변호사, 브로커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정 대표 항소심 재판을 배당받았던 임모 부장판사와 접촉한 건설업자 출신 이모씨를 추적해 온 특수1부에 수사를 맡기고, 지명수배 중인 이씨 검거팀을 대폭 강화했다. 이씨는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확대 로비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이날 군납 등 방산비리 혐의로 한모씨를 체포하고, 그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한씨는 군 관계자를 통해 납품 관련 편의를 봐주겠다며 업체로부터 금품을 챙긴 의혹과 함께 네이처리퍼블릭의 면세점 입점 로비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제기된 의혹 전반을 확인할 계획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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