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곳은 줄이 길어 먹을 엄두도 안나"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점심시간 뭐 먹나 생각하는 것도 낙(樂)이었는데…이제는 지갑 열기가 무서워지네요.(직장인 A씨)"
"5000원짜리 백반은 찾아보기 어렵고, 그정도 가격은 줄이 너무 길어서 먹을 엄두도 안나죠. 제대로 된 식사를 하려면 만원 정도는 생각해야 해요.(직장인 B씨)"
긴 불황으로 주머니가 얇아진 직장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살림은 점점 팍팍해져가는데, 하루에 한 번 어김없이 찾아오는 점심시간에는 반드시 지갑을 열어야 한다. 설상 가상으로 점심값은 점점 오른다. 이제는 5000원짜리 한 장으로는 한 끼를 해결할 수 없다.
지난달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직장인 4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평균 점심값은 6300원이다. 전체 51.4%(243명)가 6000~7000원을 점심값으로 낸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59.3%(280명)의 직장인들은 이 같은 '점심식사 비용이 부담된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6000원 23.5%로 1위, 7000원 21.8%, 8000원 9.3%, 5000원 8.3%, 2900원 이하가 6.6%, 6500원이 6.1%, 5500원 4.2% 등의 순이었다. 1만원 이상 지출한다는 응답도 1.5%에 달했다.
점심값 인상을 체감하느냐는 물음에는 '증가했다'가 43.9%로 '감소했다' 4%보다 10배 이상 높았다.
식당 선택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맛이 아닌 '가격'이 27.8%로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그날의 입맛'이 20.6%, '맛'이 20.1%, '동료 추천'이 16.7%, '먹는 속도'가 8.7% 등 순이었다.
직장인들이 즐겨먹는 점심메뉴 1위는 '백반'으로 54.9%였다. 이외에 '김치찌개' 32.8%, '돈까스' 21.6%, '순대국' 19.55%, '제육볶음' 19.3%, '짜장면' 16.7%, '된장찌개' 13.3% 등이 뒤를 이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직장인의 과반수가 점심으로 집에서 싸거나 편의점에서 구매한 '도시락'을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벼룩시장구인구직이 지난달 직장인 639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도시락족의 속사정'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과반수를 훨씬 넘는 66.7%의 직장인이 직장에서 점심으로 직접 싸거나 산 도시락을 이용한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별로는 남성(33.8%%) 보다는 여성(66.2%%)이 연령별로는 30대(39.4%)가 도시락 이용이 많았다.
도시락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돈 때문이었다. '점심 비용이 경제적으로 부담 되어서(52.6%)'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점심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20%)', '다이어트 등 건강을 위해(11.4%)', '점심 메뉴 선정이 어려워서(8.6%)' 등의 의견도 있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식탁 물가가 오르면서 식당들도 메뉴 가격을 올리는 추세"라면서 "점심값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도시락 등으로 끼니를 떼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